[톡톡톡]
[에두아르도 노리에가] 시간이 흘러도 그 미모가 어디 가리
2010-09-15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오계옥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개막작 <포 더 굿 오브 아더스>의 에두아르도 노리에가

스페인 축구계에 카시야스가 있다면, 스페인영화계에는 에두아르도 노리에가가 있다. 노리에가는 1990년대 당시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 <떼시스>의 주인공으로 국내 팬에게 이름을 알린 스페인의 대표적인 꽃미남 청년 배우였다. 이후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적지만 자국에서 꾸준히 배우로서의 작품 활동을 이어나간 그가 제4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개막작 <포 더 굿 오브 아더스>의 주연배우로 한국을 찾았다. 많은 영화에서 누군가의 매혹적인 연인이었던 그는 이 영화에서 환자의 병을 낫게 하는 능력을 지닌 대신 가족이 병들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비운의 의사이자 아버지를 연기한다.

-한국 방문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굉장히 잘 정돈돼 있고 위계질서가 명확한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스페인도 비슷한 관습이 있지만 금방 와르르 무너지곤 하는데…. (웃음)

-<포 더 굿 오브 아더스>의 오프닝 크레딧에서 제작자로 참여한 아메나바르 감독이 눈에 띄더라. <오픈 유어 아이즈> <떼시스> 등 당신의 주목할 만한 작품을 함께 만들어온 감독이 아닌가.
=알레한드로와는 그와 내가 본격적으로 명성을 얻기 전부터 알고 지내온 관계라 아무래도 돈독하다. 이 영화도 그의 동기인 오스카 산토스가 연출을 맡는다기에 믿음이 가 선택하게 되었다.

-아메나바르와의 만남을 좀더 자세히 얘기해줄 수 있나.
=내가 18살, 그러니까 <떼시스>를 찍기 전의 일인데…. 한 아마추어 단편영화의 오디션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알레한드로는 그 영화의 연출부로 일하고 있었다. 감독이 나를 좋게 봐서 비중있는 역할을 주려고 했다는데, 알레한드로가 그때 내게 큰 역할을 주지 말라며 반대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내가 연기를 괜찮게 했던 거다. 어느 날 그가 조용히 다가와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 지금 시나리오 쓰고 있는데, 좋은 역할이 있거든요. 출연하실래요?” (좌중 웃음) 그때부터 인연이 시작됐다. 아, 알레한드로의 그 단편영화는 <루나>였다.

-<포 더 굿 오브 아더스>에서 당신은 의사를 연기한다. 전문적인 수술장면이 꽤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준비했나.
=촬영을 준비할 당시 내 스케줄은 대개 이랬다. 아침에는 감독님과 연습하고, 오후에는 연극인과 연습하고, 저녁에는 병원에 찾아가 의사들과 직접 영화에 나오는 증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내 캐릭터에 가장 맞는 의사를 찾으러 병원에 간 건데, 산부인과를 비롯해 여러 부서를 돌아다녀봤지만 딱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엔 여러 의사들에게서 한 요소씩 얻어와 내 캐릭터를 만들었다.

-치유 능력을 얻은 대신 가장 가까운 지인들을 잃어야 하는 당신 캐릭터는 다소 초현실적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좀 당황했다. 참고가 될까 싶어 <엑소시스트>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적어도 <오픈 유어 아이즈>보다는 현실에 가까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오스카 감독이 배우들에게 주문한 것도 SF적인 요소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풀 것인지 고민하라는 거였다.

-열일곱살 딸을 둔 아버지로 나온다. 당신이 그런 역을 맡은 게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도 열일곱살 딸을 둔 아버지 역할은 처음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딸과 함께 나오는 장면은 조카를 떠올리면서 했다. 영화 초반부에 가족사진이 나오잖나. 그 사진 속 아이가 내 진짜 조카다.

-인터뷰 준비를 하며 한국 블로그들을 훑어봤는데, 당신의 팬이 많더라. 그런데 한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발견했다. ‘너무 출중한 외모 덕분에 연기에 대한 평가가 밀리는 듯하다’는 요지의 글이었는데, 이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솔직히 외모가 배우에게 어느 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직업이 아닌가. 그래서 그런 이야기 듣는 것에 특별히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연기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하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젊을 때는 외모가 상당히 많은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외모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대개 ‘꽃미남’이라 불리는 배우들은 자신의 외모가 부각되는 것을 두려워하던데.
=물론 외모가 배우의 어떤 가능성을 닫을 수도 있다. 14년 전 스페인 메이저 신문에서 한 평론가가 나에 대해 ‘얼굴값만 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평 같지도 않은 평이라 생각했지만, 그런 글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다음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나.
=한국 팬에게는 올해 11월쯤 SF스릴러 <아그노시아>로 찾아뵐 것 같다.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주인공의 이야기인데, 나는 그녀의 약혼자로 출연한다. 에우헤니오 미라라는 젊은 감독이 연출했는데, 젊은 시절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을 떠올리게 하는 친구다.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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