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사장님들~ 전화주세요
2010-09-29
글 : 주성철
<무적자>의 김혁

-안녕하세요. <무적자>도 <무릎팍 도사>도 잘 봤습니다. 요즘 기분 좋으시겠어요.
=행 행쇼싱. 쪼와 완모 쏘완닝.

-<무사>에서도 능숙한 중국어를 구사하시더니 역시 대단하십니다. 무슨 말인가요?
=단 하루를 살더라도 개같이 살기보단 영웅처럼 살고 싶었어요. 나를 증오하는 동생 앞에서 저의 결백을 증명하고 싶었죠. 북에 가족을 남겨두고 떠나오면서 단 하루도 동생을 잊은 적이 없어요. 나를 모욕하는 건 괜찮지만 내 동생만은 절대 안돼요. 죄송합니다. 눈물을 보여서.

-그래서 화려한 조직세계를 청산하려고 하셨던 거군요? 왕년의 보스가 대리운전을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울컥했습니다.
=네,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15**, 많이많이 이용해주세요. 서울, 경기 지역 1만5천원에 모십니다.

-<무적자> 배경은 부산 아닌가요?
=뭘 모르시는군요. 부산에서 서울, 경기 지역까지 1만5천원이라는 얘깁니다. 그래서 남는 게 없다는 거 아닙니까. 그래도 전 이제 정말 손 씻고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희 업체에서는 대리운전 상품권도 판매하고 있어요. 술자리가 잦은 직장인에게 간단하면서도 아주 실용적인 선물이니까 여기 사인만 하시면 마일리지 적립도 가능하고요.

-아, 잠깐만요. 인터뷰 중인데 이러시면….
=오죽 힘들면 제가 이러겠습니까. 이 대리운전이란 게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한 자유업이라 아직 관계법령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예요. 손님 확보 경쟁도 너무 심해서 다들 제 살 깎기로 영업하는 거예요. 대리운전업계 강호의 의리가 땅에 떨어진 거죠. 게다가 저처럼 북한 사투리를 완전히 고치지 못한 사람들은 너무 힘들어요. 정부의 관리나 감독, 규제를 전혀 받지 못하는 상태라 전에 어떤 사장님은 ‘야이 빨갱이야’ 그러면서 운전하고 있는데 제 목을 뒤에서 조르는 겁니다. 빌어먹을 종간나 새끼. 정말 억지로 참고 삽니다.

-왕년의 큰형님께서 이렇게 힘들게 사시는지 정말 몰랐네요. 암튼 동생과 꼭 화해하시길 빌겠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대리운전으로는 먹고살기 힘들어서 다시 퀵서비스도 시작하려고요. 이렇게 열심히 살면 동생도 언젠가 제 마음을 알아주겠지요. 진짜 영춘이 말대로 지가 행복한 새끼라는 걸 알아야 하는데 안타깝습니다. 정말 동생 얘기 하게 되니 이거 또 울컥하는군요. 북에 계신 오마니 생각만 하면 내래 고조 동생 그놈보다 더 미치고 환장하겠습니다.

= 네 정말 행복한 새끼. 그것도 모르는 녀석. 힘내십시요. 행 행쇼싱.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