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씨네스코프] 내 딸을 살려줘, 울엄마도 살아야 해
2010-10-05
글 : 이주현
사진 : 오계옥
김윤진, 박해일 주연의 <심장이 뛴다> 촬영현장

출근시간을 갓 넘긴 평일 오전, 서울 강남 을지병원 앞 사거리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한곳을 흘끔거렸다. 그곳에 몸에 꼭 붙는 누드톤 스커트를 입고 급박한 걸음으로 차에서 내리는 김윤진이 있었다. 잠깐 담배 사러 나온 듯 트레이닝복 차림을 한 박해일이 어디선가 쓱 나타났다. 스탭들은 차량과 사람들을 통제하느라 분주했다. “빨리 좀 지나가주세요.” “신경 쓰지 말고 걸어가주세요.” 9월14일, 을지병원 앞에서 윤재근 감독의 <심장이 뛴다> 35회차 촬영이 진행됐다.

<심장이 뛴다>는 딸을 살려야 하는 엄마 연희(김윤진)와 엄마를 지켜야 하는 아들 휘도(박해일)의 이야기다. 연희의 딸은 한시가 급하게 심장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휘도의 엄마는 사고로 식물인간이 됐다. 연희는 휘도 엄마의 심장이 꼭 필요하지만 휘도는 쉽게 제안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박해일이 맡은 휘도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거칠게 자란 인물이다. 밤 업소에 나가는 아가씨들의 콜을 받고 기사 노릇하는 이른바 ‘콜떼기’가 그의 직업. 김윤진은 <세븐 데이즈> <하모니>에 이어 모성애가 부각되는 역을 맡았다. 처음엔 “비슷한 캐릭터를 연달아 하려니 거부감이 들었”지만 영화가 “사건이 아니라 인물에 집중”하는 것이 신선해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이날 촬영분은 67신, 휘도와 연희의 차가 병원 앞에서 엇갈리는 장면이었다. 신인인 윤재근 감독은 차와 차가 엇갈리는 각도와 타이밍을 세세하게 맞췄다. 몇번의 기술적인 NG 끝에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윤재근 감독은 주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얘기한 것처럼 꼼꼼하게 현장을 지휘했다. 휘도의 연인으로 나오는 수영 역의 정다혜는 “감독님이 미술을 전공해서인지 시각적인 부분에서 디테일을 강조하신다”면서 “감독님의 오케이라는 말에 크게 신뢰가 간다”고 했다.

<심장이 뛴다>는 매 장면을 핸드헬드로 찍는다. 윤재근 감독은 “인물들의 심리가 중요한 영화라서 영화 전체의 정서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풀 핸드헬드로 찍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유일한 단점은 촬영감독님이 힘들다는 거다.” 현장에서 육체적 고생은 카메라를 어깨에 계속 둘러메야 했던 최찬민 촬영감독이 짊어졌다. <심장이 뛴다>는 10월4일 모든 촬영을 끝내고, 하반기 개봉할 예정이다.

휘도(박해일) 어머니의 병실 앞에서 만난 조 팀장(김상오)과 휘도. 장기밀매 일에 발을 담그고 있는 조 팀장은 연희(김윤진)의 부탁을 받고 휘도를 설득하려 한다. 김상오(왼쪽)와 박해일은 <이끼>에 이어 <심장이 뛴다>에서 또 만났다.
김윤진, 박해일 두 배우와 스탭들이 모니터를 보고 있다. 무전기를 들고 앉아 있는 이가 윤재근 감독이다.
병원 앞에서 장기밀매 조직의 조 팀장(김상호), 김 대리(백경민)가 연희(김윤진)를 만나 짧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탁 트인 을지병원 앞 사거리에서의 촬영은 스탭들도 배우들도 긴장하게 만들었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