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고 참담했던 부안 ‘방폐장’ 사건을 기억하는가? 그게 적잖이 눈물과 아쉬움으로 되짚곤 하는 지난 참여정부 때 일어났다면 믿겠는가? 비록 주민의 힘으로 ‘방폐장 계획’은 몰아냈지만, 어줍지 않게 경주로 간 ‘방폐장 현실’은 여전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정작 부안 사람들, 무엇보다도 방폐장이 들어설 뻔 했던 위도사람들 머리와 마음, 그리고 피 속에 남은 서로 갈리고 나뉘어 싸우고 부딪쳤던 흉터와 응어리는 또 어쩔 것인가? 잘못된 제도나 정책이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는지, 이른바 ‘생활세계의 식민화’를 벌이는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니 당하고도 절절하게 느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또 견디다 못해 맞서고 부딪쳐보려고 나선 사람들이 흔히 뉴스나 힘 가진 이들이 손가락질 하듯이 꾼들이 아니라 여느 사람들이라는 것도 잘 모른다. 그러니 어느 새 까맣게 잊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그 바람에 4대강 사업 같은 ‘방폐장’ 못지않은 대재난을 나 몰라라 하고 지나치는 것이다. 이런 무지와 무관심, 그리고 무심함이야말로 저들이 전가의 보도로 뽑아들곤 하는 ‘야만의 무기’가 겨냥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화는 이를 아프게 일깨운다. 숱한 집회와 인터뷰들로 이어진 전형적인 다큐 구성과 매정하다 싶게 거리를 둔 화면은 그 사건을 나름 재구성하는 보는 이의 긴장을 팽팽하게 당긴다. 그러다 문득 익숙한 3보 1배 장면이나, 맨 앞과 맨 뒤에 짐짓 집어넣은 푸닥거리 판으로 그예 가슴을 후벼 판다. 여기 빠져 눈물이라도 흘릴라치면 바로 엄연한 현실의 현장감으로 치를 떨게 한다. 그러면서 ‘야만의 무기’로 막무가내 밀어붙이는 ‘방폐장’ 같은 데 맞서는 방패는 바로 ‘기억’이라는 사실을 넌지시, 그러면서 절절하게 일러준다. 두 말 할 것 없이 다큐는 기록이다. 기록은 사람들 흐릿해져 가다가 잊혀져가는, 그러다 거듭 되풀이되는 어리석은 역사를 밝혀주고, 또 깨우쳐 준다. <야만의 무기>는 그에 맞서는 문명의 작은 촛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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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길 | 한국 | 2010년 | 115분 | 와이드 앵글
글 정유성/ 서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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