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일렛> Toilet
오기가미 나오코 / 2010 / 109분 / 35mm / 일본,캐나다 / 아시아 영화의 창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레이의 일상에는 균열이 생겨버린다. 혼자 살던 집을 정리하고 엄마의 집으로 들어온 레이는, 이제 함께 살아야 하는 철없는 동생들과 무뚝뚝한 (게다가 동양인) 할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혼자 지내는데 너무나 익숙한 레이에게는 아침마다 가족들과 화장실을 함께 쓰거나, 같은 식탁에서 한꺼번에(?) 식사를 하는 생활이 불편할 뿐이다. 급기야 레이는 하루 종일 눈물만 보이는 유약한 동생들과 한 마디 말도 없이 생활비만 건네주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자신이 정말로 이들과 피가 섞인 가족인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토일렛>의 주인공들이 사는 집은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이 가족이란 이름 아래 끝끝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공간이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전작들이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공간을 주로 담아냈다는 것을 상기시켜보면, 이번 영화의 분위기도 대략 짐작해볼 수 있다. ‘슬로우 라이프 영화’라는 별칭을 얻게 했던 오기가미 감독 특유의 연출력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나, 관객들의 마음을 여전히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카모메 식당>과 <안경> 모두에 출연했던 모타이 마사코가 화장실을 아끼는(?) 할머니 역을 맡아 극의 잔재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