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시네마에 바치는 유쾌한 와인 <샹트라파>
2010-10-08
글 : 김도훈

<샹트라파> Chantrapas
오타르 이오셀리아니/프랑스, 그루지야/2010/122분/월드 시네마

살아 있는 마지막 거장. 어째 좀 흔하고 관습적인 헌사라 조금 지겹다. 그래도 오타르 이오셀리아니라는 이름 앞에 관습적인 헌사를 붙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오셀리아니는 전설적인 도브첸코로부터 영화를 배웠고, 타르코프스키나 파라자노프와 한데 묶여서 설명되곤 하는 거장이다. <샹트라파>는 늙은 거장의 자전적 회고라 할 만한 코미디다. 어린 시절부터 사진에 푹 빠져 있던 주인공 니콜라는 성장해서 영화감독이 된다. 그루지야의 정치사회를 비판하는 영화들이 계속해서 당국에 검열당하자 그는 어린 시절의 절친인 바르바라의 도움으로 파리로 망명한다. 물론 파리라고 다를 건 없다. 그루지야에서의 영화들이 이념에 의해 검열당했다면 파리의 영화들은 자본의 논리에 검열당하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니콜라는 이오셀리아니 자신을 반영한 인물로, 그 역시 1982년작 <전원>의 베를린영화제 출품을 계기로 프랑스로 망명했다. 그러나 이오셀리아니는 거드름 떨지 않고 버스터 키튼을 연상시키는 무성영화적 속도와 유머감각을 가미한 초현실적인 코미디로 즐겁게 과거를 재연한다. “시네마는 매력적인 축제다. 애주가들, 상인들, 심각한 예술가들, 공무원들. 감독은 그 중간에 있다. 모두가 즐겁게 일한다. 시네마, 그건 정말 수많은 쾌락이다.” 감독의 말처럼, <샹트파라>는 시네마에 바치는 유쾌한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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