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파멸된 가족들의 심리 <침묵>
2010-10-08
글 : 이화정

<침묵> The Silence
바란 보 오다르 / 독일 / 2010년 / 118분 / 월드 시네마

13살 소녀의 갑작스런 실종사건. 시나카라는 이름의 여자아이가 사라진 장소는 공교롭게도 23년 전 또래의 소녀 피아가 강간당한 뒤 살해된 곳이다. 시나카도 피아와 같은 끔찍한 일을 겪은 것일까? 당시, 피아 사건을 조사했던 은퇴한 형사 크리스찬은 두 사건 사이의 연관성을 직감해 범인을 잡기 위해 나선다. 범인검거에 실패했던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그의 피나는 노력이 시작된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성폭행 살인사건에 관한 본격적이고 정성스런 질문. 돌아오지 않는 아이를 기다리며 불안에 떠는 시나카의 부모는, 23년 전 딸을 잃고 아픔의 세월을 살아온 피아 부모의 고통과 함께 평행선상에서 오버랩된다. 스위스 태생의 바란 보 오다르 감독은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침묵>을 연출했다. 끔찍한 사건을 기술하고 있지만 그의 시선은 말초적인 보여주기와는 거리가 멀다.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밀밭을 달리는 소녀의 유려한 영상은 이 영화를 규정하는 대표적 이미지다. 영화는 잔혹한 장면을 직접 기술하는 대신 사건으로 인해 파멸된 가족들의 심리에 집중한다. 첫 데뷔작으로 오다르 감독은 주목할 만한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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