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여든이 넘었다. 좋은 일을 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로 배우 신영균이 자신이 소유한 500억원 규모의 명보극장(명보아트홀)과 제주신영영화박물관을 영화계 및 문화예술계에 기부했다. 10월5일, 명보극장에서 열린 기자회견 자리엔 신영균을 비롯한 그의 가족과 김수용, 남궁원, 이덕화, 안성기, 조희문 등 영화인들이 다수 참석했다.
신영균은 “극장문화가 바뀌어 전통있는 많은 극장들이 사라졌다. 명보극장까지 없어지면 안될 것 같았다”고 기부의 이유를 밝혔다. 아들 신언식 회장(한국 맥도날드 대표이사, SBS·제주방송 이사)도 아버지의 뜻을 거들었다고 한다. “아들이, 이 극장에서 <빨간 마후라> <연산군> 등 많은 출연작들이 상영됐으니 좋은 일에 사용하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 뜻을 받아들여 극장을 통해 재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정식 명칭이 정해지지 않은 이 재단을 통해 “능력있는 인재들을 발굴”하고 싶다고 신영균은 말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기 위해” 재단 운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박종원 총장에게 맡겼다고 한다.
1960년 조긍하 감독의 <과부>로 영화 활동을 시작한 신영균은 <상록수> <연산군> <빨간 마후라> <저 하늘에도 슬픔이> 등 294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1960~70년대 큰 인기를 누렸다. 신영균은 1968년부터 영화배우협회장 한국영화협회 이사장직과 한국예술협회 총연합회 회장직을 역임했고 15, 16대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했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신영균은 “죽기 전에 한 작품을 하고 싶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꼭 출연하고 싶다”며 영화배우로서의 욕심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