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검열 피하려 인터넷 상영
2010-10-09
글 : 이화정
<추락이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 자밀 쿠베카 감독

남아공의 가장 첨예한 문제 제노포비아(외국인이나 타자 혐오) 학살. 남아공 출신의 자밀 쿠베카 감독은 그 참상을 스크린에 불러왔다. <추락이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은 남아공의 한 마을에서 살해된 짐바브웨 출신 남자와 사건수사를 위해 파견된 경찰 3인조를 그린 수사극이다. 심각한 주제와 달리, 영화는 시종 빠른 편집과 클로즈업으로 긴박한 내러티브를 실어 나른다. 쿠베카 감독은 현재 남아공의 복잡한 문제를 무거운 시선으로만 풀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만델라 대통령의 정신이 사라진 지금 이 땅의 문제를 얘기하고 싶었다. 늘 해오던 다큐멘터리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라는 매체를 활용하고 싶었다.” 꼬박 1년여의 시나리오 작업, 그는 잘 모르던 자신의 땅에 만연한 이민자의 역사를 파고들었다. 물론 이전 작업 스타일을 살려, 많은 장면에서 뉴스커팅 장면을 사용했고, 결과적으로 현실감이 배가됐다. “셰익스피어의 비극같은 비장미가 주를 이루지만, 스타일면으로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결합시킨 <내츄럴 본 킬러>나 <J.F.K>와 같은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국제적으로 다소 생소한 아프리카 영화. 쿠베카 감독은 본격적인 영화 역사로 따지자면 16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젊은 영화국가’ 남아공의 기대주다. 격동적인 사회변화, 백인우월주의가 팽배한 이곳에서 그는 다른 젊은 제작자와 감독들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작업을 추구하려한다. “인종차별 문제 같은 사회적 문제는 이 땅의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런 추세를 벗어나 러브스토리를 만들고 싶다.” 그의 차기작은 연쇄살인자 선생과 젊은 제자가 사랑에 빠지는 블랙코미디다. “어릴 때부터 이야기 쓰고 스토리보드 만드는 게 취미였다.” 한시도 쉬지 않고 시나리오를 작업한다는 그는 “앞으로 한 20편은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포부를 밝힌다. 차기작에 앞서, 일단 첫 월드프리미어인 부산에서의 관객반응이, 그리고 내년 자국에서의 관객반응이 먼저다.

사진 박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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