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주변 사람들이 다 말렸다(웃음).” 영화사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가 감독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의 반응이다. 당연한 일 아닌가. 영화업자가 갑자기 웬 감독을 하겠다고 나선단 말인가. 연출을 공부한 적도 없고 단편조차 만들어 보지 못한 그가 대뜸 장편 영화를 찍겠다고 했을 때 주변이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뜻은 오래 품어왔던 것이고 이제는 도전할 때였다. 2006년 자신이 제작하는 <별빛 속으로>의 제작현장에 들렀다가 회사 식구들과 충동적으로 놀러 간 강릉. 거기서 이야기는 틀이 잡혔다. 빚에 쪼들려 갑갑하기만 한 영화사 사장 ‘조 대표’(류승수)는 머리를 식히러 혼자 강릉에 갔다가 20대 초입의 미모의 여인을 만난다. 그런데 20년 전 이 곳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낸 여자와 너무 닮아 있는게 아닌가. 이 여자가 내 딸은 아닐까, 남자는 혼자서 고민하게 된다. 조 대표와 여자는 며칠간 무척 가까워진다. 이거 다 레알인가. “당연히 아니다! 강릉에서 같은 학교 여대생들하고 미팅 한 적은 있다(웃음). 허구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리즈’라고 이름 붙여 놓고 몇 개 써 놓은 게 있다. 이것도 그 중 하나고 처음에는 소설 형식으로 써 봤다” 조성규 대표는 다방면에 관심과 재주를 갖췄다. 투자, 제작, 배급, 수입, 극장까지 다방면의 일을 할 뿐 아니라 카페를 운영하고 와인 전문가에 무엇보다 맛있는 것 먹기 좋아하는 타고난 미식가다. <맛있는 인생>이란 제목이 그와 잘 어울린다. “영화 일을 시작할 때부터 마흔까지만 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남은 삶 동안에는 다른 걸 해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고. 그런데 마흔에 일을 끝내기엔 벌여놓은 일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2008년 즈음에는 뭔가 승부가 날 줄 알았는데 더 이상하게 꼬인 거다. 나에 대한 위로가 절실해졌고 일종의 내가 내게 주는 선물 같은 마음으로 시작한 영화다”. 그렇다면 지금 그 선물에 대한 감정은 어떨까. “내가 이렇게 마흔을 마무리했구나 싶다. 이제 영화로 돈 버는 것 빼고는 다 해본 것 같다(웃음). 가장 중요한 건 이 영화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모아 놓았다는 것이다” 그는 마침내 이 영화와 함께 마흔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