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소녀와 배우 사이, 그녀의 미소
2010-10-09
글 : 김도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번개 나무> 주연배우 아오이 유우 단독 인터뷰

“가을에서 겨울로 변해가는 순간, 겨울 냄새가 나는 그 순간이 좋다.” 그러고보니 부산영화제가 열리는 계절은 어쩌면 딱 아오이 유우를 위한 계절이 아닌가 싶다. 일본 여배우 아오이 유우는 ‘오픈 시네마’ 부문에서 공개되는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시대극 <번개 나무>의 주연으로 부산을 찾았다. 도쿠가와 쇼군 히데나리의 아들과 산 속에서 살아가는 소녀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린 영화다. 세번째 부산을 방문한 아오이 유우는 “마치 처음으로 부산을 방문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6년전의 그녀는 갓 배우라는 직업을 시작한 소녀로서 부산을 찾았고, 지금은 연기를 평생의 업으로 확신한 여인으로서 부산을 찾았다. “부산은 연기가 무엇이고 영화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장소다. 그래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곳에서 만나는 것이 행복하다.”

-<번개 나무>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뭔가.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대단히 강렬한 주제와 표현수위의 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이고, 또 이건 당신에게는 드물게도 시대극이다.
=19살에 원작소설을 읽고 정말 멋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어떤 배우가 주인공을 맡으면 좋을지를 상상하며 읽었다. 제안이 들어왔을 때,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일본에서도 배우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감독이고, 이전에 도전해보지 못한 시대극이라는 장르도 매력적이어서 출연을 결심했다.

-예전 인터뷰에서는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나에게는 무리다’라는 걱정과 긴장감에 휩싸인다고 했다. 여전히 그런가.
=여전히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출연을 결정하기 전에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어느 하나라도 내가 믿을 수 있는 걸 찾게 되면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직까지는 다행히도 그런 걸 찾을 수 있어서.... 그런데 그런 걸 찾기까지는 너무너무 힘이 든다.

-시대극을 촬영할 때는 배우로서 역할에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지던가.
=이번에 처음으로 시대극을 촬영하게 됐는데, 시대극은 대사 자체가 좀 멋부리는 것처럼 들리는 게 있어서 배우 자신도 모르게 멋있어 보이려는 연기를 할 때가 많다. 그런데 감독이 시대극이라고 전혀 인식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아주 특정한 이미지가 없다고 해야 할까. 다른 일본 여배우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반해, 흐르는 물처럼 어떤 역할에도 들어갈 수 있는 듯한 이미지가 있다.
=처음 배우를 시작하면서 오디션에서 주로 들은 이야기는, 어떤 배우든 뭔가 특별한 게 있는데 나는 개성이 너무 없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그게 고민이 됐다. 하지만 개성이 없는 걸 개성으로 생각하자고 마음먹었다. 특별히 뭔가를 고집하지 않고 개성 없어 고집 없이 흘러흘러 왔기 때문에 오히려 여러가지 다양한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지금은 개성이 없는 걸 보상받은 기분이다.

-일본에서는 숲속에 사는 것처럼 입는 소녀들을 의미하는 ‘모리(森)걸 패션’을 유행시켰다. 한국 소녀들의 옷입는 방식에 많은 영향력을 끼친 걸 알고 있나 혹시? 사실 입을 옷을 고르는 것도 배우라는 직업의 일부분이다.
=한국에 영향을 끼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옷을 고를때는 이 옷을 오랫동안 좋아하며 입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물론 좀 별나게 입는다는 소리를 듣긴 한다.(웃음) 그러나 스스로 트렌드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영화를 고르는 기준과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그럴지도 모르겠다.(웃음)

-항상 듣는 질문이겠지만, 워낙 많은 한국감독들이 아오이 유우와 작업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꼭 물어봐야겠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한국 감독이 있는가.
=최근에는 <의형제> <가족의 탄생> <밀양>을 봤다. 사실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자신도 없고, 또 누구와 하고 싶다고 말하고 나면 정말로 해야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나서.... 정확하게 말할 순 없다. 소원은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하면 안되는 거니까.(웃음) 부산을 방문하면서 최소한 한국팬들이 나란 배우를 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됐다. 봉준호 감독님의 <도쿄>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도 다 한국팬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찍지 않을 때는 무엇을 고민하는 편인가.
=집에서 멍하니 있을 때도 있고.(웃음) 계절이 바뀌다 보니 새로운 옷도 찾아다니고. 보통의 여자아이처럼 지낸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