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커런츠 심사위원장을 맡은 와다 에미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란>(1985)으로 아시아인 최초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했던 의상감독이다. 3년이나 걸렸던 프리프로덕션 기간 동안 영화는 몇 번이고 좌초 위기에 몰렸다. 자비를 들여 의상제작을 하기까지 했던 그 영화는 그녀의 한계를 실험한 작품이자 이후 이어진 화려한 커리어의 출발점이 되었다. 와다 에미는 이후 피터 그리너웨이의 <필로우북>(1996), 오시마 나기사의 <고하토>(1999), 장이모의 <영웅>(2002)과 <연인>(2004), 최근 개봉한 오우삼의 <검우강호>에 이르기까지 20편의 영화에서 의상감독을 맡았다. 20편중 일본 영화는 8편으로,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외국인 감독들과의 협업이 커리어의 절반을 넘긴다. 그 중에는 프랑코 제피렐리가 연출한 오페라 <나비부인>(2004)도 포함되어 있다. 영화감독이 주로 맡아왔던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의 자리가 와다 에미에게 주어진 데 이견을 제기할 수 없는 이유다. “의상감독으로 일해왔던 나로서는 이번 심사위원장 자리가 그만큼 긴장되고 책임감이 느껴지는 자리다.” 심사위원들간의 분위기가 좋다며, 채점 방식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다고 설명한 와다 에미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감독을 발견하고자 한다”고 심사를 앞둔 각오를 밝혔다.
<중천>으로 한국 스태프와 함께 일해본 적이 있는 와다 에미는 “한국영화에는 젊은 스태프가 많은데도 프로페셔널한 집중력이 좋아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때 같이 작업했던 김태희가 <아이리스>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최근 TV로 봤다, 그새 연기자로 많이 성장했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첨언했다. “일본이 아시아 영화계중 가장 앞서 발전했기 때문에 아무도 아무것도 배우려고 하지 않아 정체기가 찾아왔다. 그래서 한국영화계는 이제부터가 진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