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현대 발레로 재해석한 찰리 채플린의 명연기 <댄싱 채플린>
2010-10-09
글 : 김성훈

<댄싱 채플린> Dancing Chaplin
수오 마사유키/일본/2010년/131분/아시아영화의 창

거장끼리 통했다. <쉘 위 댄스>(1996),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2006)의 수오 마사유키 감독이 현대 발레의 전설적인 안무가 롤랑 프티의 <댄싱 채플린> 도쿄 공연을 카메라에 담았다. 발레 <댄싱 채플린>은 찰리 채플린의 명연기를 현대 발레로 재해석한 것으로, 오랫동안 할리우드영화에 많은 영감을 주고받은 롤랑 프티의 대표작 중 하나다.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아내이자 발레리나인 다미요 구사카리(<쉘 위 댄스>의 여주인공이기도 하다)가 <댄싱 채플린>의 주연 무용수에 캐스팅되면서 수오 감독은 “제작 과정을 기록하고 싶다”는 뜻을 프티에게 전했고, 프티 역시 “나의 상상력을 시각화해줬으면 좋겠다”고 화답하면서 둘의 만남이 성사됐다.

다큐멘터리 <댄싱 채플린>은 ‘공연 준비 과정’과 ‘공연 실황’,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전반부는 주연 무용수인 루이지 보니노의 소개(1991년 <댄싱 채플린>의 이탈리아 공연 당시 찰리 채플린을 연기한 세계 최고의 발레리노 중 한명이다)를 비롯해 루이지 보니노와 다미요 구사카리의 첫 만남,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연습, 롤랑 프티의 찰리 채플린에 대한 추억 등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긴 뒷이야기가 펼쳐진다. 후반부는 <황금광시대> <경찰> <모던타임즈> <개의 일생> <백작> <라임 라이트> <키드> <시티 라이트>의 명장면들로 이루어진 발레 공연 실황이다. 롱숏으로 공연을 보여주려는 데 급급한 기존의 공연 실황과 달리 수오 감독은 다양한 위치에 있는 카메라를 이용해 영화처럼 숏을 분할한다. 덕분에 롤랑 프티의 환상적인 안무가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고,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적 추억을 선사한다. 공연과 다큐멘터리의 묘미를 모두 살리는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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