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계절> Cruel Season
박배일 / 한국 / 2010년 / 60분 / 와이드 앵글
<잔인한 계절>은 비정규직 보호법에 의해 오히려 임금삭감과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처한 쓰레기 문전수거 환경미화원들의 고된 삶과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의 과정에 대한 영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은 3D업종이라고 말하는 환경미화원보다도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해 피부병에 걸리고, 냄새나는 작업복을 갈아입을 공간조차 없는 그들은 자신과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비정규직 보호법에 의해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2년간 근무하면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비정규직보호법을 피하기 위해 공공기관이나 기업체들은 2년이 되는 비정규직은 해임하거나 민간위탁업체를 통해 간접계약을 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쥐꼬리만한 임금에서 다시 위탁수수료를 빼앗기는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힘들고 더러운 일이지만 묵묵히 감내하며 살아가던 그들을 거리투쟁으로 내몰게 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구의원 선거에 출마까지 하는 정치적 선택을 하게 만든다.
이 영화에는 극단적인 정치적 구호나 선동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답답해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지극히 소박한 것들을 요구하는 문전수거원들의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일한만큼 대우받는 것이 부당한 것인가? 지극히 당연한 요구조차 투쟁의 문구처럼 왜곡되어지는 현실에 대해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들은 화면 밖 관객에게 되묻고 있다. <잔인한 계절>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발언하지만 그들 모두는 개별화 된 개인이기 보다는 한명의 인물인 것처럼 다뤄지고 있다. 작가의 나레이션이나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배제된 익명성의 자아들은 각자 자신에 대해 발언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모아져서 상징적인 한 인물이 자각하며 투쟁하고 발전하는 이야기로 전환된다. 그들은 각기 다른 환경과 개인적인 문제들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그 상황들은 문전수거원으로 출발해서 부당한 노동현실을 깨우쳐가며 정당한 방법과 투쟁을 통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고자 노력하며 발전해가는 한 인물로 통합되어 영화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