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소와 함께 간다
2010-10-10
글 : 이화정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임순례 감독

트랙터도 없이 소로 밭가는 게 지겹고 지겨워 우시장에 아버지 몰래 소를 팔러 갔다가, 뜻하지 않게 소와 여행하게 된 남자 선호. 임순례 감독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장가도 못가고, 시인도 되지 못하고 뜻대로 되는 일 없는 한 남자의 자아찾기다. 그 길에 불교에서 말하는 구도의 상징, 소가 함께 간다. “2007년 김도연 작가의 원작을 접했으니 <워낭소리>보다 구상은 앞섰다.(웃음)” 영진위 심사 때부터 ‘<워낭소리>도 있는데 왜 또 소냐?’는 소리를 들어서인지, 임순례 감독은 이미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우리 문화에서 소는 깨달음의 상징이었다. 그러니 소 아닌 다른 동물을 생각하긴 힘들었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성공에 관심도 없고, 어쩌면 성공할 능력도 없는 사람들. 소위 말해서 ‘루저’라고 부르는 사람들에 대한 안쓰러운 연민이다. 농경사회의 상징인 소나 이제는 힘을 잃은 시나, 이 영화의 모든 것들은 모두 사라져가는 지난 시대를 돌아보게 한다.

소와 함께 길을 따라 가는 로드무비, 멜로드라마의 외피를 안고 있지만, 임순례 감독의 걱정처럼 영화가 떠안은 문제는 ‘상업적이지도 대중적이지도 않은’ 소재다. “물론 더 관념적이고, 판타지의 성격이 강한 원작에 비하자면 친절한 해설을 붙인 셈이다.” 흥행의 걸림돌, 역시 가장 문제는 주연배우 캐스팅이었다. 임순례 감독은 선호 역으로 스크린엔 잘 알려지지 않은 연극배우 출신 김영필을 발견했다. 박해일을 연상시키는 마스크, 김영필은 무기력하면서도 우울한 선호의 마스크에 맞춘 듯 들어맞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관건이자 영화의 주인공인 소 ‘먹보’와의 촬영. 촬영당시, 구제역이 발병해 소의 이동이 불가능해 애를 먹기도 했고, 소가 앉기를 기다리느라 전 스탭이 꼼짝없이 세 시간을 스탠바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 소 때문에 애를 먹던 스탭들도 소와 친화되고 채식선언을 하는 이들까지 생겼다. 평소 동물에 관해서라면, 두 발 벗고 나서는 임순례 감독에겐 더할 나위 없었던 현장. 아니나다를까, 흥행에 앞선 임순례 감독의 마지막 당부. “이 영화 보고, 동물과 교감하는 이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웃음).”

사진 옥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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