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공장> Dream Factory
김성균/한국/2010년/80분/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꿈의 공장>을 보고 난 후 한동안 생각에 빠졌다. 이 영화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좀처럼 정리가 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그저 또 하나의 ‘투쟁’ 다큐멘터리가 아닌가. 이 작품은 자본주의 안에서 또한번 ‘가진 자’로부터 부당하게 빼앗긴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으려는 ‘약자’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몇 해 전 구입했던 통기타가 있다. 내가 <꿈의 공장>을 보고 불편했던 연결고리가 여기에 있다. 그 당시 값비싼 유명한 통기타와 그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거의 동등한 질의 악기를 놓고 고민하다 결국 저렴한 쪽을 택했다. ‘Made in China’라는 것만 빼놓고 너무 마음에 드는 악기였다. ‘이렇게 질 좋은 기타를 이렇게 싼값에 구하다니...’ 혼자 즐거워했고 뿌듯했다. 그것이 어떻게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는 나와 전혀 무관한 일이었다. 생각해 볼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음악이 생업인 나에겐 요사이 애증이 더 심하다. 어떤 음악이건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악기는 그것을 연주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에게 정화하는 힘이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 무의식 어딘가에 박혀있다. 자동화된 생산라인에서 나온 악기라도, 그것에는 신성함이 배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본 후 생각은 달라졌다. 악기들에 서렸다고 믿었던 ‘신성함’이 사라졌다. 영화 속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손가락이 잘려나가기도 하고 화학약품 때문에 병들고 일자리를 잃지만 그것만이 불편한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이런 노동환경에 대해서 몰랐던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인 나에게 그런 것들이 은폐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꿈의 공장>에 등장하는 노동자인 ‘아저씨’, ‘아줌마’들은 기타를 칠 줄 모른다. 그들은 기타가 좋아서 일을 했던 것도, 특별한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다. 단지 생업일 뿐이었다. 그들은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그런데, 이처럼 소박한 소망도 현실의 상황에서는 이뤄지기가 힘들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이 승자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현실을 바꾸기에 자본주의는 너무나 두껍고 무겁게 현실을 지배하고 있다. 악기를 연주하는 동안 세상의 부조화가 남긴 불협화음 속에서 어떤 음악이 나올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수많은 질문을 우리에게 되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