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미래의 거장을 예감하게 만드는 작품 <네 번>
2010-10-10
글 : 김도훈

<네 번> The Four Times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2010/ 88분/ 월드 시네마

가난한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의 외딴 마을. 염소를 치는 노인은 교회 바닥의 먼지가 지병을 고쳐줄 거라 믿으며 매일매일 염소젖과 맞바꾼 먼지를 마신다. 어느 날 노인은 조용히 숨을 거둔다. 노인이 죽자마자 영화는 새끼 염소가 태어나는 장면으로 다음 장을 연다. 조금씩 자라던 염소는 어느 날 무리에서 뒤처져 나무 아래서 깊은 잠에 빠져든다. 이제 영화는 염소가 앉아 있던 나무가 사람들에 의해 베어지고, 축제의 상징으로 쓰이고, 목탄을 만드는 재료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침내 목탄은 허공의 연기가 되어 마을 위로 사라진다. <네 번>은 다큐멘타리와 극영화의 아슬아슬한 사이에 머무르는 영화다.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감독은 오랜기간 관찰자의 마음으로 생명의 순환과 자연의 섭리를 카메라 속에 담아내는데, 영화 속 자연은 살아 숨쉬는 동물과 식물뿐 아니라 먼지와 광물과 공기이기도 하다. 네 마디로 나뉘어 진행되는 영화의 형식 자체가 감독의 자연에 대한 철학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마술처럼 아름답다. 프라마르티노 감독은 밀라노의 폴리테크니코공과대학에서 수학한 과학자 출신이며, <네 번>으로 올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미래의 거장을 예감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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