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다음 기착지는 할리우드! <런투유> 배우 다카하시 가즈야(高橋和也)
2001-12-26
글 : 최수임
사진 : 오계옥

지난 늦가을 부산에서 <허쉬!>를 본 이라면, 이 사람의 얼굴을 기억할는지도 모르겠다. 다카하시 가즈야는, 부산영화제 상영작이었던 <허쉬!>를 비롯, <가미가제 택시> 등 개성있는 일본영화에서 주연을 맡았고 이제 막 강정수 감독의 <런투유>라는 영화로 한국영화계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일본의 배우 겸 가수다. 그리고 1980년대, 일본 자니스 엔터테인먼트가 만든 틴에이저 록밴드 오토코쿠미(소년대)의 베이스주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른둘, 이 강렬하지만 수수한 인상의 배우에게서 요란한 조명 아래의 아이돌 록스타의 모습을 읽어내기란 힘들다. 다카하시는, 바로 그런 모습을 거부하고 자니스 엔터테인먼트를 뛰쳐나와 혼자 힘으로 배우로서의 새 삶을 개척해온, 조금은 색다른 경력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오토코쿠미를 관두고, 미국에서 1년간 영화연출과 작곡을 공부한 뒤 일본에 돌아왔을 때, 다카하시가 만난 게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가미가제 택시>였다. 본격적인 데뷔작. 10대 스타 시절 <록이여 영원하라> 등 몇편의 영화에 출연한 적은 있으나, 그는 그것을 데뷔작으로 여기지 않는다.

<가미가제 택시>에서 보스의 돈을 훔쳐 달아나 택시를 타고 이리저리 도망다니던 야쿠자 부하 타쓰오, 그리고 <허쉬!>의 게이 나오야. 다카하시는, 한번 반짝하고 마는 스포트라이트 대신, 진짜 ‘싱어’와 진짜 ‘배우’가 되기를 꿈꿨고, 그것을 이루어낸 듯하다. 매년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무대를 고정 레퍼토리로 이끌고, 전국 순회 라이브 콘서트를 열고, 또 한두 작품 영화에 출연하며. 그가 <런투유>에 출연하게 된 데는 한국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이 좋았던 것에다, 뮤지션이 주인공이라는 게 영향을 끼쳤다. “저도 뮤지션인데 히로시가 노래를 하는 사람이라 마음에 들었어요. 영화 속에서 노래를 4곡 부르거든요. 제 노래도 한곡 부르고, 한국노래 중에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도 불러요.”

<런투유>는 한국에 쫓겨온 재일한국인 야쿠자, 클럽의 무명가수 등 음지의 젊은이들이 그려가는 어둡고도 희망어린 청춘드라마. 여기서 다카하시 가즈야는 가수의 꿈을 키우는 주인공 재일동포 히로시를 연기한다. “한국남잔데 일본에서 자라며 힘든 삶을 산 인물이죠.”

히로시는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재일동포 동생 기무라가 야쿠자의 돈가방을 훔치고 살인을 저지른 뒤 한국으로 도피하자 그를 따라 한국에 와 서울의 바에서 노래를 하며 살아가는 인물. 어린 시절 이미 스타가 되어 인기를 누렸던 그와 무명의 클럽가수는 정반대의 삶이 아닐까, 싶었으나 예상을 깨고서 그가 말한다. “제 삶이 성공적이라고요? 사실 몹시 힘든 삶이었습니다.” 다카하시는, 열세살부터 자니스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노래했던 게 모두 가난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파산과 부모의 이혼, 가수활동으로 학교도 다니지 못한 10대 등 자신의 성장기는 히로시보다 어쩌면 더 고달팠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어 대사를 잘 발음하기 위해 일본에서 2개월 동안 ‘알아서’ 한국어 강습을 받을 만큼 모범적이고 성실한 배우인 그는, 지금 조용히 할리우드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런투유> 촬영을 마치고, 미국에서 <올모스트 재퍼니즈>라는 할리우드영화를 찍을 예정. 멜라니 그리피스와 공연하는 작품으로, 그는 일본인 음악가를 연기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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