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영락없는 성장드라마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2010-10-11
글 : 김성훈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Taipei Exchanges
샤오야추엔/대만/2010년/82분/아시아영화의 창

거장의 제자가 만든 작품을 지켜보는 건 늘 흥미롭다.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의 샤오야추엔 감독은 허우샤오시엔의 조감독 출신이다. 현대 대만 젊은이들의 고민을 그리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는 어쩔 수 없이 스승의 작품인 <카페 뤼미에르>를 떠오르게 하는 구석이 있다. 그러나 그의 촉수는 (도시나 역사보다) 카페라는 작은 공간과 동시대 청춘의 삶에 좀더 향해 있다. 카페를 연 도리스는 타이베이에서 가장 엘레강스한 카페가 되기를 꿈꾼다. 타이베이 사람들이 사랑하는 라떼와 입에 살짝 닿기만 해도 금방 녹아내릴 것만 같은 에클레어라면 실현 불가능한 꿈만은 아니라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개점한 지 며칠이 지나도 카페를 찾는 손님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도리스에게 반전이 찾아온다. 함께 일하는 동생 조시가 카페를 벼룩시장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여기저기서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카페로 몰려들지만 도리스는 자신이 꿈꾸던 카페와 다른 모습에 혼란스럽다. 그러던 중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남자를 만나면서 마음을 주고받는다.

영화의 외형은 멜로드라마지만 속은 영락없는 성장드라마다. 어릴 때 공부와 여행 중 “여행을 택했던” 동생 조시와 “공부에 충실한” 언니 도리스, 두 자매의 성격은 커서도 고스란히 반복된다. 늘 자기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둘은 카페를 오가는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조금씩 자신을 마주한다. 여느 성장영화와 달리 감독은 인물에게 큰 변화를 강요하지 않는다.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그래도 사람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더 큰 꿈을 안고 살아가야한다고 강조한다. 영화가 진심으로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스승에 그 제자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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