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젊은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말라볼리아 가네 사람들>로 부산을 찾은 파스콸레 시메카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현실의 허무함, 소외감을 겪는 지금 젊은이들에 대한 단상임을 강조한다. 영화는 시칠리아 섬,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말라볼리아 가족의 이야기다. 어업보다 작곡에 관심이 많은 안토니오와 불법이민자와 사랑에 빠진 누나, 바다로 나가 실종된 아버지, 그로 인해 정신이상이 된 어머니. 안토니오의 성장담 뿐 아니라 바다를 벗어나고 싶은 젊은이들과 평생 바다와 함께 한 부모 세대의 충돌까지 이 한 편의 영화 안에 담겨있다. 이탈리아 누보 레알리즘 작가 지오반니 베르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 근 100년 전의 이야기를 끌어와야 했던 이유에 대해 파스콸레 감독은 “지오반니의 소설에서 착안했지만, 시칠리아에 국한된 원작에서 조금 더 결을 넓히고자 했다”고 말했다.“문화나 언어는 다르지만, 말라볼리아 가족의 사람들이 겪는 문제는 미국이나 부산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인간의 소외를 다루고 싶었다.”
시칠리아 사람들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영화 속 배경을 시칠리아로 삼은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성인이 된 후 로마에서 거주해 온 그에게 시칠리아는 고향인 동시에 언제나 영감을 안겨주는 도시다. 음악에 매료된 영화 속 주인공 안토니오처럼 그 역시, 사춘기 시절 문학에 매료된 바다 너머를 그리던 두려움과 꿈을 지닌 청년기를 보냈다. 그들의 생활에 최대한 근접하기 위해, 전문배우가 아닌 그곳에서 생활하는 어부를, 그들의 아이를 직접 섭외했고, 그들의 생활을 적극 반영하여 지금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몇 해 전, 볼리비아의 가난한 마을 포토시를 알게 되고, 전작의 수익금을 모두 그곳에 기부했다는 그의 차기작은 포토시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유한 이들과, 부유한 이들을 바라보는 포토시 아이들의 시선을 교차한 옴니버스 영화. 1989년에 데뷔한 뒤 꾸준히 독립영화를 제작해 온 그는 앞으로도 대중성을 넘어선 예술영화들을 꾸준히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