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낳은 이 시대 거장 중 한명인 스티븐 프리어스의 신작 <타마라 드류>가 지난 9월10일 개봉했다. <타마라 드류>는 토머스 하디의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를 각색한 포시 시몬드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만화 <타마라 드류>는 2005년부터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일요일판에 매주 연재됐는데,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일요일판 <가디언> 최고의 코너로 자리매김한 작품이다. 2007년 발간된 <타마라 드류>는 이때 연재한 110여편의 에피소드 모음집이다. 영화 개봉 하루 전에 열린 VIP 시사회에서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과 포시 시몬드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이 이야기 혹은 캐릭터의 어떤 점이 영화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나.
=포시 시몬드 사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웃음) 내 만화가 시리즈가 되어 한권의 책으로 발간되었을 때 나는 이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에이전트가 전화해서 스티븐의 영화사에서 내 작품에 관심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때부터 내 작품이 영화화가 된다면 어떨지를 생각해보았지만, 어떤 점이 가능성인지 장점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겠더라. (웃음) 스티븐이 찍었기 때문에 내 작품이 빛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영화로 각색하면서 다른 문제는 없었나. 원래 의도와 달라졌다든가 하는.
=포시 시몬드 나는 2D로 된 그림을 그렸을 뿐인데, 이를 가지고 스티븐은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3D로 만들었다. 하나의 작품을 다른 종류의 매체로 변형시키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텐데, 스티븐과 시나리오작가 모리아 버피니가 내 원작에 충실한 영화를 만든 것 같아 만족한다.
-만화와 영화적 리얼리즘 사이에서 균형잡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스티븐 프리어스 아무래도 상상력이 풍부한 만화를 영화로 바꾸는 일이라 조금 걱정되기도 했는데, 막상 작업을 시작해보니 그렇게 손이 많이 가지는 않았다. 포시 시몬드의 작품은 영화적인 그림을 쉽게 떠올리게 해주었다. 이번 작업에서는 만화와 영화적 현실성 사이의 균형보다 원작이 본래 가지고 있는 코믹적인 면을 영화적 현실성의 무게를 더하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 표현해내려는 데 많은 노력을 들였다. 만화 원작을 영화화할 때 가장 중요한 점도 이 부분이 아닌가 한다.
-젬마 아터튼과 도미닉 쿠퍼는 가장 핫한 영국 배우 중 하나다. 이를 염두에 두고 캐스팅한 것인가.
=스티븐 프리어스 (웃음) 절대 아니다. 나는 <맘마미아!>도 보지 않았다! 도미닉 쿠퍼가 <맘마미아!>에 출연했다는 것도 몰랐다. (웃음) 그들의 인기는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는 말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주인공 타마라 드류는 원래 <가디언> 기자였는데, 영화에서는 <인디펜던트> 기자로 나온다.
=포시 시몬드/ 일단 <가디언> 에디터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스티븐 역시 <가디언>과 영화 속 타마라의 성향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가디언>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데는 모두 동의했지만 반드시 어디의 기자여야 한다는 것은 없었다. 타마라를 <인디펜던트> 기자로 설정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나라면 타마라를 <이브닝 스탠더드> 기자로 설정했을 수도 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데다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는 공통점 때문에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와 비교되기도 한다.
=스티븐 프리어스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는 훌륭한 작품이다. 내 작품에서는 그만큼의 상상력이나 기지가 엿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판단을 내리기 전에 내 나이를 조금 감안해주었으면 좋겠다. (웃음)
-당신은 유명한 감독이므로 제작비 걱정은 없을 것 같다. 제작비가 많을수록 좋은 작품이 나오나.
=스티븐 프리어스 음… 제작비 때문에 영화의 원래 의도를 수정해야 하는 것은 분명 슬픈 일이다. 하지만 나는 제작비가 많으면 많을수록 최악의 작품이 나오는 것 같다. (웃음) 제작비와 감독의 창의력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특히 나는 제작비가 많으면 오히려 불편하다. 그래서 제작비가 적었을 때 더 좋은 작품을 만들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좀 싼 편이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