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서> Certified Copy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 이란, 프랑스, 이탈리아/ 2010년 / 106분 /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국인 작가 밀러는 책 홍보차 방문한 이탈리아에서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프랑스 여인과 만난다. 즉흥적으로 토스카나 교외 여행을 떠난 두 남녀는 그때부터 복제 미술품에 관해 열띤 논쟁을 펼친다. ‘진짜’와 ‘고유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하던 그들은 어느 순간 15년을 함께 산 부부의 역할놀이를 시작한다.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영어 등 3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대화의 물꼬를 트는 그들을 사람들은 진짜 부부로 착각하고, 결국 그들의 토론 주제였던 진짜의 문제와 연결된다.
최근 디지털 작업에 골몰했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이란 밖에서 만든 첫 장편영화. 예술품에 대한 진위여부를 시작으로, 결국 인간의 감정의 진실도가 측정가능한지 묻는다. 사건이 아닌 오로지 대화로 전개되지만, 꼬리에 꼬리를 잡는 두 남녀의 대화는 지루함 대신 긴장을 선사한다. 특히, 토스카나 지방의 아름다운 풍광을 따라 두 남녀가 펼치는 승강이 때문에 ‘중년 버전의 <비포 선셋>’이란 별칭을 얻기도 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두 배우의 호흡이 인상적이다. 섬세한 여성의 심리를 대변한 줄리엣 비노쉬는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아름다운 중년 밀러를 연기한 윌리엄 쉼멜은 영국의 바리톤 가수로 이번이 첫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