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펑샤오강이 만든 중국의 트라우마 연작 <대지진>
2010-10-12
글 : 강병진

<대지진> Aftershock
펑샤오강/중국/2010년/128분/아시아영화의 창

<집결호>와 <야연>을 연출한 펑샤오강의 재난영화다. 지진으로 남편을 잃은 여자는 ‘소피의 선택’까지 강요받는다. 아들과 딸이 동시에 매몰됐고, 한 아이를 구하려면 다른 아이는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자는 아들을 선택한다. 하지만 딸은 살아남았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엄마를 찾지 않는 딸과 딸을 그리워하는 엄마의 인생유전이다. 딸은 해방군 부부에게 입양되어 행복한 삶을 살지만, 엄마에게 버림받은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엄마 또한 딸을 배신했다는 죄책감을 벗지 못한 채 일부러 외로운 삶을 버틴다.

<대지진>이 묘사하는 1976년의 당산대지진은 가족의 파괴와 이별을 초래한다. 펑샤오강은 대중영화의 장인답게 이들의 인생을 완성도 높은 가족드라마로 그려내고 있다. 눈물과 감동이 주된 정서지만, <대지진>이 가족의 회복만을 주제로 삼는 건 아니다. <대지진>은 펑샤오강이 만든 중국의 트라우마 연작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상처로 남은 자국의 역사를 스펙터클로 전시하는 한편, 이를 치유하는 드라마를 통해 공감을 얻는 전략은 12회 부산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집결호>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단, 지역적 전쟁의 의미에 갇혀 있던 <집결호>와 비교할 때 <대지진>은 가족을 중심에 놓았다는 점에서 공감의 영역이 훨씬 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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