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Rolling Home with a Bull
임순례/한국/2010년/106분/갈라프레젠테이션
지방대학을 졸업한 후 시인이 되고 싶었던 선호는 지금 고향에서 쇠똥을 치우고 있다. 완고한 아버지는 불평 많은 아들이 못마땅하고, 어머니는 장가 못 간 아들에게 이웃집 베트남 며느리의 출산소식을 전하며 한숨을 쉰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선호는 홧김에 소를 팔러 나선다. 여행길에 지친 소를 달래느라 진땀을 빼던 선호는 한 여자의 전화를 받는다. 한때 사랑했지만, 자신의 친구와 결혼한 그녀는 남편의 죽음을 알린다. 소, 미망인이 된 과거의 그녀, 남자의 여행은 이때부터 시작이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김도연 작가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영화다. 소와 사람의 우정이 쌓이는 로드무비이자 소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남자의 성장영화이고 또한 뜻하지 않았던 로맨스가 벌어지는 멜로영화이기도 하다. 임순례 감독의 전작과 달리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에는 주인공의 불교적 깨달음을 묘사하는 판타지가 눈에 띈다. 주인공 선호가 여행길에 만난 어느 스님은 말한다. “소가 원하는 대로, 하자는 대로 하면 되는 거야.” <워낭소리>의 소가 한 노인이 자신을 이입하는 우정의 대상이었다면,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의 소는 지친 인간을 위한 삶의 가이드인 셈이다. 인간과 소가 자연속에서 함께하는 풍경이 돋보이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