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주의에 머무르지 않는 고전주의적인 화법.’ <우먼>에 출연한 배우 월렘 데포는 감독 지아다 콜라그란데가 ‘젊은 감독답지 않은 진지함’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우연히 만난 소설가 막스(월렘 데포)와 사랑에 빠진 여인 줄리. <우먼>은 줄리가 막스를 따라 이탈리아로 가서 살면서 겪는 모호한 현실이다. 멜로로 말문을 열지만, 영화는 탱고댄서였던 막스의 죽은 부인의 기억이 따라붙으면서 걷잡을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지아다 감독은 이 어둠의 심연을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 집요하게 녹여낸다. “어느 날 갑자기 이야기가 떠올랐다. 마치 자고 일어났을 때 희미하게 기억나는 꿈같은 느낌이다.” 낯선 곳에서 줄리가 겪는 미스터리한 현실을 통해 지아다 감독은 여성의 양면성, 그리고 두려움에서 광란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파장을 표현하고 싶었다. 사랑으로 인해 촉발되는 이런 감정의 파장은, 이미 8년 전 연출했던 전작 <내 마음을 열어봐>에서부터 그녀가 꾸준히 탐구해 온 주제다.
바다를 껴안은 이탈리아의 남부의 한 지방. 복잡 미묘한 줄리의 내면을 심리적으로 시각화한 이곳은 평소 지아다 감독이 자주 찾던 곳이기도 하다. 특별한 미술 작업 없이도 막스의 비밀을 간직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물론 가장 큰 조력자는 남편이자 주연배우 막스를 연기한 윌렘 데포였다. 윌렘은 사랑에 빠진 남자에서 비밀을 간직한 남자로의 급격한 전환이라는 이중성을 표현해야 했다. 애초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그를 염두에 두었고, 초고부터 조언을 얻었다는 감독은 “윌렘은 한 순간에 악의 이미지를, 또 다른 순간에 선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며 모호성을 가진 그의 마스크를 치하한다. 규정할 수 없는 요소들의 산물, <우먼>의 스릴러는 독특하고 힘 있다. 파인아트를 전공했으며 비디오아트에 대한 끊임없는 흥미를 가진다는 지아다 감독. “내 영화에서 스토리는 부차적인 문제다. 대중성을 담보로 한 스토리에 급급해하는 대신 내면의 표현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한다. 다작은 아니지만, 벌써 그녀의 차기작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