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중국과 북한의 경계에서 희망을 보다 <두만강>
2010-10-12
글 : 김성훈

<두만강> Dooman River
장률/한국, 프랑스/2009년/89분/한국영화의 오늘

장률 감독의 영화 속 인물들은 늘 경계의 삶을 살아간다. 탈북한 모자(母子)가 머나먼 몽골 사막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몽골인과 동거하거나(<경계>(2007)), 사람들에게 북경어를 가르치는 쑤이는 항상 고향인 중경을 떠나고 싶어한다(<중경>(2008)). 또, 익산에서 나고 자란 두 남매는 30년 전 열차 폭발사고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다(<이리>(2008)). 신작 <두만강> 역시 전작에서 보여준 세계의 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라면 그간 한국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공간, 중국과 북한의 경계인 두만강으로 시선을 돌렸다는 것이다.

창호는 마을 공터에서 우연히 탈북 소년 정진을 만난다. 공안에 신고하는 대신 먹을 것을 가져다주고, 축구시합을 제안한다. 두 무리의 아이들은 살얼음 같은 바람을 맞아가며 공을 차는 데 정신없다. 조선족이든, 탈북자든 아이들에게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한 탈북자가 창호의 친누나 순희를 성폭행하기 전까지 말이다. 전작 <이리> <중경>처럼 장률 감독은 인물들의 일상을 보여주다가 균열을 조금씩 드리우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공안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면서 탈북자에 대한 마을사람들의 생각은 ‘동정’에서 ‘증오’로 바뀐다. 이성을 잃은 창호 역시 동네 아이들과 함께 탈북자를 색출한다. 정진이 공안에 잡혀갈 위기에 처하는 순간, 창호는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광기’를 놓고 ‘우정’을 택한다. 영화의 마지막, 창호의 극단적인 선택이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도 우정을 택한 대가가 크기 때문이다. 마주하기 힘든 현실을 보여줌으로서 장률 감독은 여전히 세상에 희망이 있음을 역설하고, 두만강 경계를 둘러싼 중국과 북한의 현실을 알린다. 올해 파리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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