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눈으로 말해요
2010-10-13
글 : 김도훈
<혜화,동> 민용근 감독

<혜화,동>은 서울의 혜화동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건 혜화라는 여자의 아이(童)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녀의 겨울(冬) 이야기 혹은 앞으로 나아가는(動) 혜화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혜화(유다인)는 유기견을 구조해 돌보는 23살 여자다. 어느 날 고등학교 시절 연인인 한수(유인석)가 찾아온다. 오래전 혜화로부터 도망치듯 사라졌던 한수는 갑작스러운 비밀을 고백한다. 태어나자마자 죽은 줄 알았던 둘의 아이가 사실은 어딘가로 입양되어 살고 있다는 것이다. <혜화,동>으로 장편 데뷔를 한 민용근은 단편 <도둑소년>(2006)으로 독립영화계의 기대주로 떠올랐던 감독이다. 그는 <혜화,동>이 TV다큐멘터리 PD 경력으로부터 최초 발화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2003년도에 <현장르포 제3지대>라는 다큐 프로그램 일을 하던 중 유기견을 구조하는 여자 에피소드를 찍고 있었다. 그녀는 구조하려던 탈장된 개를 끝내 잡지 못하자 ‘왜 개가 내 마음을 몰라주는지 모르겠다’며 울기 시작했다. 그 기억으로부터 <혜화,동>의 이야기가 처음 시작된 것 같다.” 그렇게 출발한 영화에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서사가 얽히면서 <혜화,동>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혜화, 동>에는 클로즈업이 많다. 한국 독립영화 감독들이 다소 관조적인 풀숏을 선호하는데 반해 민용근 감독은 클로즈업을 “영화의 기본 단위”로서 사용한다. “군대 있을 때 레이먼드 카버의 책을 많이 읽었다. 단순하고 쉬운 문장이 쌓이면서 점점 더 커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클로즈업은 정보를 제한한다. 단 하나의 간결한 정보만을 준다. 그게 쌓이고 쌓이면서 더 큰 뉘앙스가 생성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클로즈업은 <혜화,동>의 강렬한 형식적 무기 중 하나다. 백짓장 같은 두 주연배우 유다인과 유인석의 얼굴이 스크린에 가득 차는 순간 민용근의 카메라는 상처받은 청춘의 공기를 껴안는다.

민용근 감독에게 영화를 만드는 기준은 부모님이다. “부모님들에게 모니터링을 많이 부탁드리는 편이다. 나는 부모님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어렵지 않은 영화말이다.” 그래서 <혜화,동>을 보고 감독의 부모님이 뭐라고 말했냐고? “혜화가 눈빛으로 말을 걸더라.” 우리 역시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옥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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