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홍상수에게 배운 것
2010-10-13
글 : 오세형 (영화평론가)
<하이-소> 아딧야 아사랏 감독

우리는 타이영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그 영화들을 우리 눈으로 직접 발견해 끌어안기도 전에, 이미 타이영화는 스스로 성년이 됐다. 이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올해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을 예로 드는 것은 가장 게으른 근거다. 타이는 영화적으로 그 땅 바깥에서는 태어날 수 없는 영화들을 만들고 있다. 그런 타이영화의 감독으로서 아딧야 아사랏의 이름은 올바로 언급돼야 한다. 그는 첫 장편 <원더풀타운>으로 2007년 부산영화제 뉴 커런츠상을 수상했으며, 2009년 임수정 주연 단편 <푸켓>으로 부산을 찾았다. 그가 올해 <하이-소>로 다시 부산에 왔다. 부산이 그에게 거는 믿음의 크기를 짐작케 한다.

<하이-소>에서 연인들은 결국 사랑에 실패한다. 그들은 큰 갈등을 겪는 일도 없다. 그저 실패를 향해 무력하게 끌려간다. 이를 되돌리려는 것은, 마치 도시의 차가운 콘크리트 덩어리에서 햇빛의 온기로 채색된 풀이 자라게 하려는 시도와도 같다. 이 좁힐 수 없는 차이가 만드는 불가능은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아딧야 감독은 “현재 타이는 차이가 심한 나라다. 도시와 시골은 차이가 벌어지고, 빈부 차이도 크다”며 “두 공간의 극복할 수 없는 차이를 사랑의 실패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간단히 말해, 풀이 건축물에 의해 쫓겨나는 것을 막아내려는 최근 타이영화의 필사적 노력과 <하이-소>는 맞닿아있다. 그는 100분을 정확히 반으로 나눠 앞은 풀을, 뒤는 콘크리트 건물을 찍었다. 이러한 축조 방식에 대해 “도시 방콕 출신인 나는 이런 건축적 구성이 타이의 공간을 찍는 적합한 방식이라고 본다”고 답한다. 이에 더해 “그렇게 나눈 건 홍상수에게 배운 것이다”라는 설마 했던 말을 한다.

“<하이-소>는 러브스토리지만 그 차이로 실패하는 게 개인의 사랑만은 아니다. 이 방식을 통해 타이 사회를 보여주고자 한다. 다음 영화는 남매 관계에서 그들의 공간적 차이를 정치적으로 찍을 생각이다.” 이미 관객반응은 뜨겁다. GV에서는 국적 불문, 관객의 박수와 질문이 이어졌다. 이는 <하이-소>를 단지 슬픈 러브스토리로 오해한 데서 나온 반응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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