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신비의 된장찌개가 품은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 <된장>
2010-10-13
글 : 강병진

<된장> The Recipe
이서군/2010년/107분/갈라 프레젠테이션

13년 만에 사형제를 부활시킨 연쇄살인범이 유언을 남긴다. “된장… 그 된장찌개가 먹고 싶네.” 도주 중 어느 외딴 식당을 찾은 그는 그곳에서 된장찌개를 먹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다큐멘터리 PD인 최유진은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한 사형수의 회한이 담긴 유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취재가 늘어갈수록 그의 다큐멘터리는 다른 방향으로 넘어간다. 경찰들은 살인범을 검거할 당시, 된장찌개 냄새에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이 된장찌개의 정체는 뭔가. 이어 맛으로 소문난 된장찌개를 팔던 여주인은 “그 기집애의 맛은 흉내낼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된장찌개를 만든 그녀는 누구일까.

영화 <된장>은 1998년 <러브 러브>로 데뷔한 이서군 감독의 신작이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혼합배치한 <된장>은 신비의 된장찌개가 품은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한국 사람에게 가장 일상적인 음식에서 영화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냈다는 점이 신선하다. 미스터리와 러브스토리, 판타지가 엮여있는 맛의 사연 또한 흥미로운 리듬으로 전개된다. 이야기상 다소 무리한 전개는 있지만, 맛과 향을 느낄 수 없는 스크린 밖 관객에게까지 된장찌개의 맛을 궁금케 만드는 힘은 상당히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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