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감미로운 선율의 러브스토리 <파이를 위한 자장가>
2010-10-13
글 : 송경원

<파이를 위한 자장가> Lullaby for Pi
캐나다, 프랑스/ 2010년/ 102분/플래시 포워드

사랑의 끝과 새로운 시작을 블루스-재즈에 실어 전달하는 감미로운 선율의 러브스토리. 음악이 아름다운 까닭은 그것이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블루스-재즈 싱어인 샘은 사랑하는 아내 조세핀이 죽은 후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아내와 처음 만났던 호텔방에서 추억에 잠겨 있던 샘에게 어느 날 불쑥 한 여인이 들이 닥친다. 연인과 다투고 샘의 호텔방으로 뛰어 들어와 화장실에 숨어버린 파이라는 이름의 신비한 여인. 화장실 밖으로 나오지 않는 파이는 샘에게 말 대신 허밍을 들려줄 것을 부탁하고, 그렇게 조세핀과 함께 사라졌던 음악은 파이와 함께 조심스럽게 다시 샘의 방문을 두드린다.

음악에는 본질적으로 언어를 뛰어 넘는 소통의 가능성이 있다. <파이를 위한 자장가>는 사랑의 새로운 시작과 가능성에 대한 풋풋한 이야기를 음악에 실어 펼쳐 놓는다. 이 영화에서 화면 가득 채워진 블루스-재즈 음악의 자유분방한 에너지는 가슴에서 가슴으로 직접 이동하는 울림이 되어 사람들은 울리고 웃기고 위로한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본대로만 판단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허밍으로 오고 가는 파이와 샘의 데이트 장면이 빛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파이가 있는 화장실의 밝은 색감과 샘이 있는 차분한 거실의 대조적 미장센은 소통의 순간을 직접 이미지화 한다. 어쩌면 목소리만이 존재하는 그곳이야말로 소통과 교감을 구경하기 가장 좋은 자리이자, 마음을 듣기 가장 좋은 장소 일지도 모른다. 그 외에도 랩과 재즈라는 장르의 벽을 넘어 또 다른 교감을 이루는 샘과 흑인친구의 우정, 샘과 파이를 이어주는 호텔 지배인역의 포레스트 휘테커의 묵직한 연기 역시 잔잔한 내러티브에 풍요롭고 따뜻한 화음을 더한다. 쌀쌀해지는 가을과 어울리는 블루스-재즈 선율이 오래도록 귓가에 남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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