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홍콩영화의 차세대 기수들
2010-10-14
글 : 주성철
<사랑의 화법>의 데렉 창, 지미 완 감독

<사랑의 화법>은 홍콩영화계의 젊은 거장 팡호청의 직계 제자들이라 할만한 데렉 창, 지미 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AV>(2005)의 배우로 팡호청을 만난 데렉 창은 바로 홍콩의 국민배우 증지위의 아들로 유명하며, 지미 완은 시나리오 작가로 팡호청과 일을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4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사랑의 화법>은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짝사랑 등 사랑을 둘러싼 여러 삶의 이야기들을 다이내믹하게 펼쳐 보인다. 매 에피소드 서로 다른 감정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가고, 그러면서도 각기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신인답지 않은 그들의 재능을 엿볼 수 있다. 데렉 창은 “매 에피소드마다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눴고, 특별히 서로 어떤 파트를 나눠 맡았다고 할 수 없을 만큼 함께 일했다”며 “오히려 9개 정도로 구상한 에피소드를 4개로 압축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세탁소에서 일하는 여자가 짝사랑하는 남자의 인형을 등장시켜 과거 쇼브러더스 무협영화 스타일의 영화 속 영화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유쾌한 두 번째 에피소드는 <사랑의 화법>의 백미라 할 수 있는데, 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바로 홍콩에서 차세대 가수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케이 체다. <중경삼림>(1994)에서 경찰관을 은근히 짝사랑하는 가수 출신 배우 왕정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나 역시 평소에는 무척 공상을 많이 하는데, 그런 점이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여서 출연을 결정했다. 음악활동과 병행하는 건 어렵지 않다. 계속 이들과 함께 영화를 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데렉 창과 지미 완은 <푸른 이끼>의 곽자건, <EX>의 헤이워드 막 감독 등과 더불어 홍콩영화계에서 팡호청 이후에도 새로운 감성과 스타일의 감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증거와도 같다(실제로 그들끼리 무척 친하단다). 현재 데렉 창과 지미 완은 역시 또 공동연출로 베이징에서 차기작을 함께 만들고 있다. 그렇게 홍콩영화계는 계속 또 새로워지고 있다.

사진 박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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