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소름끼치는 지옥으로의 여정 <나의 기쁨>
2010-10-14
글 : 김도훈

<나의 기쁨> My Joy
세르게이 로즈니차/ 독일, 우크라니아, 네덜란드/ 2010/ 127분/ 월드 시네마

이건 정말이지 소름끼치는 지옥으로의 여정이다. 러시아의 지방에서 밀가루를 나르는 트럭 운전사 게오르기이는 시민을 학대하는 지방 경찰들, 나이 어린 매춘부, 의중을 알 수 없는 사냥꾼 등 여러 인간들을 만나며 점점 마음이 얼어붙어간다. <나의 기쁨>이라는 역설적인 제목에 속아서는 안된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인 세르게이 로즈니차는 다큐멘터리 작업 중에 수집한 수많은 동구권의 일화들을 바탕으로 러시아라는 거대한 대륙의 악몽 같은 현실을 로드무비로 치환해냈다. 게다가 이건 물리적인 거리를 여행하는 로드무비라기보다는 과거와 현재, 인간의 마음과 마음을 헤엄치는 일종의 정신적 로드무비다. 주인공 게오르기이가 탐험하는 장소는 시간과 공간을 건너뛴 러시아의 얼어붙은 욕망과 생존의 법칙이다. 로즈니차 감독은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카메라 기법을 종종 선보이는데, 게오르기이를 뒤쫓던 카메라가 러시아 시골 시장 군상의 동선을 마구잡이로 따르는 시퀀스는 압도적으로 아름답다. 감독 세르게이 로즈니차는 인공 두뇌연구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과학자 출신이다. 이 영화의 냉담한 서정은 아마 거기서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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