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톡]
[배리 오스본] 정통 웨스턴과 동양적 서사의 만남
2010-10-20
글 : 김도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워리어스 웨이> 제작자 배리 오스본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의 공통점? 제작자인 배리 오스본이다. 그는 할리우드 주류영화계에서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피터 잭슨과 워쇼스키 형제를 발굴하고 오우삼을 할리우드로 불러들여 <페이스 오프>를 제작한 도전적인 제작자다. 배리 오스본은 올해 장동건 주연의 글로벌 프로젝트 <워리어스 웨이> 제작발표회를 위해 처음으로 부산영화제를 찾았다. 12월2일 국내 개봉하는 <워리어스 웨이>는 칼을 버린 세계 최강의 전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봉인된 힘을 다시 발휘하게 된다는 내용의 액션블록버스터다.

-부산영화제는 처음인가.
=영화 관련 업무로 한국은 여러번 방문했지만 영화제는 처음이다. 김동호 위원장의 마지막 해라고 들었는데, 대단한 업적을 이룩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자주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

-<워리어스 웨이>의 제작을 제의받았을 때 어떤 부분에서 글로벌 프로젝트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나.
=결국은 이야기였다. 읽자마자 끌리는 요소가 많았다. 2004년부터 이주익 대표를 알아왔고, 내가 오랫동안 신뢰하는 사람을 통해 받은 대본이라 더욱 믿을 수 있었다.

-이야기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뭐였나.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 캐릭터였다. 보통 이런 전사 캐릭터는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전사의 삶을 산다. <워리어스 웨이>도 평생 훈련받은 전사가 무술 실력을 뽐내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는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고 또 사랑에도 빠진다. 전사로서의 역량을 다시 발휘하게 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수호하기 위해서다. 어떤 면에서 <워리어스 웨이>는 서구 웨스턴과 유사한 전개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보면 전통적인 웨스턴과 동양적인 서사적 매력이 함께 섞여 있다.

-아시아 관객으로서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뭐냐하면, 동양 남자가 과연 서구 관객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느냐다. <워리어스 웨이>는 아시아뿐 아니라 할리우드 시장을 노리고 만든 일종의 블록버스터 아닌가.
=동양 배우가 서구 관객에게 매력적일 수 있느냐…. 대답은, 물론이다! 장동건을 처음 만났을 때 정말로 매력적이고 카리스마가 있는 남자라고 느꼈다. 영화의 프리뷰 분량을 본 서구 관객이나 스탭 역시 장동건이라는 배우가 대체 누군가를 궁금해하더라. 그 순간 서구에서도 먹힐 거라 확신했다. 중요한 것은 스타든 무명이든 역할에 가장 적합한 배우를 찾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 역시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수퍼스타였던 배우는 없었지 않나. 피터 잭슨은 스타 퀄리티보다 배역에 적합한 사람을 캐스팅하는 걸 중요하게 여겼다. 나 역시 그렇다. 장동건은 배역에 가장 적합한 배우였기에 선택했다.

-아시아 스타를 캐스팅하는 것보다 더 모험적인 것은 한국인 주요 테크니션의 고용이 아니었나 싶다. 할리우드에는 이런 영화에 익숙하고, 또 안정적인 촬영감독들이 있다. 김우형 촬영감독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이주익 대표와 감독의 선택이었고, 이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김우형 촬영감독은 영화의 이야기에 기여한 일등공신 중 하나다. 촬영을 야외가 아니라 실내 세트에서 진행하자고 제의한 것도 김우형 촬영감독이었다. 그리고 영화가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감독과 촬영감독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작자가 해야 할 일은 감독이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감독이 특정한 촬영감독을 선택했을 때는 더 잘하는 사람을 추천하는 건 옳지 않다. 그가 추천한 사람에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 전적으로 밀어주는 게 필요하다.

-<반지의 제왕>이나 <매트릭스>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 게다가 감독들도 할리우드 시장에서는 거의 신인이나 다름없었다. 할리우드에서는 보기 힘든 도전정신의 결과라고 할 법도 한데.
=그게 내 젊음을 유지하게 만들어준다. (웃음) 할리우드 시스템 속에 갇혀서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영화에 대한 좀더 넓은 지식과 이해를 쌓을 수 있다. 이런 도전정신이야말로 수년간 영화산업에 종사한 내가 열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어떤 감독과 일할 땐, 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열정 역시 중요하다. 영화는 만드는 이의 열정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프로젝트 <워리어스 웨이>를 진행하면서 문화적인 차이점을 느꼈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제작방식의 차이가 있긴 했다. 한국은 종종 24시간 동안 계속 촬영하기도 하지만 뉴질랜드는 그렇지 않다. (웃음) 현장에서 한국 음식과 서양 음식을 동시에 차려놓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한국 스탭들이 서양 음식 줄에 서서 배급을 받고, 뉴질랜드 스탭들이 한국 음식 줄에 서서 배급받기도 했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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