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게 커피까지 끓여놓고 죽었군.” 커피만이 아니다. 유월절 정찬 준비에 부족함이 없도록 냉장고 가득 음식을 채워넣고 포스트잇에 조리법까지 써놓은 뒤 노라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라의 죽음을 제일 먼저 발견한 건 그녀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는 호세(페르난도 루한)다. 20년 전 노라와 이혼한 호세는 노라의 장례 준비를 맡게 되는데, 유월절 기간에는 장례를 치르지 않는 유대교 풍습에 따라 장례식은 미뤄진다. 노라의 아들 루벤(아리 브릭맨)은 엄마의 장례식을 종교 율법에 맞게 성스럽게 치르려 하고, “종교도 다 장삿속”이라 믿는 무신론자 호세는 기독교식 장례로라도 빨리 그녀를 땅에 묻으려 한다. 노라의 집안일을 거들었던 파비아나, 노라의 동생 리아, 랍비 등이 하나둘 노라의 집에 모이고, 그 과정에서 호세는 노라와 외간 남자가 찍힌 사진 한장을 발견한다.
<노라 없는 5일>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중심엔 호세와 노라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노라 없는 5일>은 인물과 인물을, 사건과 사건을 촘촘하게 엮어내면서 깊은 여운을 남기는 데 성공한다. 자살한 사람은 신성한 땅에 묻힐 수 없다는 유대교의 율법을 비꼬는 장면 등 종교에 대한 풍자는 마냥 무겁고 진지할 수도 있었을 영화의 무게감을 덜어준다. 또 나이도, 종교도, 성별도 모두 다른 인물들이 함께 음식을 만들고 식사하면서 화해에 이르는 장면은 영화의 온도를 5도쯤 높여준다. 마리아나 체닐로 감독은 조부모의 이혼과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자전적 이야기를 <노라 없는 5일>로 만들었고, 데뷔작인 이 영화 한편으로 멕시코의 떠오르는 신예감독이 됐다. 2009년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선 <노라 없는 5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