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심사만 하면 뉴스다.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공모, 이창동 감독의 <시>가 0점을 받았던 마스터영화제작심사,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이 국제전화로 외압을 행사한 독립영화제작 심사에 이어 이번에는 2010년 제작지원사업 심사결과가 도마에 올랐다. 영진위는 지난 9월7일, ‘2010년 예술영화, 마스터영화, 3D영화 제작지원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예술영화 5편은 선정됐으나, 마스터영화와 3D영화는 ‘해당작 없음’으로 발표됐다. 문제는 해당작이 없다는 두 부문에 대해 아무런 심사평과 사유에 대한 명시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15년 만의 감독 복귀작인 <God’s Eye View>로 마스터영화제작지원에 응모한 이장호 감독은 지난 10월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작지원 심사위원회가 1, 2차에 걸쳐 선정한 마스터영화와 3D영화 부문 2개 작품을 영진위의 9인 위원회가 의결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위배된 무기명 표결까지 부쳐 부결시켰다”고 말했다. 이장호 감독의 말에 따르면, “<God’s Eye View>는 심사과정에서 최고점수를 받았고, 7명의 심사위원 가운데 5명의 표를 얻어 지원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에 참여했던 장현수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마스터영화제작지원 심사는 아무런 하자없이 진행됐다”며 “9인 위원회가 심사결과를 부결시킨 것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영진위는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영진위의 9인 위원회가 심사결과를 부결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왜 무기명 투표를 했는가. 10월2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확인감사에 나선 최문순 의원은 “위원회가 심사과정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결시킨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지적은 지난 10월19일 열린 영진위 국정감사에서 김의석 부위원장의 증언과 관계있다. 당시 저혈당 증세를 호소하며 퇴장한 조희문 위원장을 대신해 질의를 받은 김의석 부위원장은 “심사결과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는 걸 발견했다”고 답변했다. “아홉 가지 의혹을 제기했고, 나름 조사를 했지만 물증이 없어 조사를 진전할 수 없었다. 고유명사를 말할 수는 없지만, 위원회의 주요 위치에 있는 책임자가 심사에 개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문순 의원은 “1차에서 9명이 심사를 보고 2차에서 7명이 심사를 봤는데, 1차에서 심사를 본 4명이 2차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그 안에 정초신 전 부위원장도 포함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2차 심사위원 7명 중 2명이 문화미래포럼 회원이었다"고 말했다.
최문순 의원이 밝힌 내용은 꽤 익숙하게 들린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문화미래포럼’이란 단체명 때문이다. 영상미디어센터 2차 공모 당시 운영자로 선정된 시민영상문화기구는 1차 공모에 지원한 문화미래포럼의 기획서와 거의 같은 기획서를 제출해 같은 단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의 대상이 됐다. 도대체 왜 영진위는 문화미래포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걸까. 더 큰 문제는 허탈감이다. 이런 논란이 네번이나 반복되고 있는 조희문 위원장 체제의 영진위는 도대체 무엇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는가. 심사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겪었듯 모든 점수와, 심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명단과, 출품한 사람들의 신상까지 공개될 듯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면 다섯 번째 논란, 여섯 번째 기자회견, 일곱 번째 뉴스가 나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