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뒤섞임이라기보다 무용에 더 가까워 보였다. 남자의 손은 여자의 가슴을 부여잡고 놓기를 반복하고, 여자의 엉덩이는 규칙적으로 내쉬는 숨소리를 박자 삼아 남자의 배를 향해 들어가고 나온다. 두 육체의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는 <나탈리>의 오프닝 크레딧은 이후 전개될 이야기가 지향하는 바를 의미한다. ‘이 영화는 섹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려는 듯.
<나탈리>는 예술가와 예술가가 사랑한 뮤즈에 관한 이야기다. 세기의 조각상 ‘나탈리’가 10년 만에 거장 황준혁(이성재)의 개인전에서 공개된다. 전시회 마지막 날, 미술평론가 장민우(김지훈)가 찾아와 황준혁에게 나탈리를 팔 것을 요청한다. 황준혁은 뜨거운 사랑을 함께 나눴고, 자신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은 오미란(박현진)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잃고 싶지 않았다. 동시에 나탈리를 사려는 장민우의 의도도 궁금했다. 알고 보니 장민우 역시 오미란을 사랑한 남자였다.
두 남자가 기억하는 여자의 모습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황준혁에게 오미란이 도발적이고 관능적인 여자라면, 장민우에게 오미란은 “황준혁의 추악한 교수 권력에 이용당한” 연약한 여자다. 그러나 주경중 감독은 한 대상에 대한 각기 다른 기억의 조각들을 늘어놓기만 한다. 결국 <나탈리>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처럼 서로 다른 기억을 통해 진실의 의미를 좇는다거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처럼 스릴러 장르영화에서 서스펜스를 구축하는 한 방법으로서 활용한다거나 하는 등 새로운 방향으로 전혀 나아가지 못한다. 그저 두 남자가 “네 잘못이네. 사실은 이렇다네”라는 투정만 주고받고 있을 뿐이다. 이 밖에도 황준혁이 오미란에게 첫눈에 반한 계기가 다소 빈약하고, 이후 두 사람이 열렬히 사랑하게 되는 과정도 오로지 섹스로만 보여준다.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야기가 선뜻 와닿지는 않는다.
장편영화로는 국내 최초로 3D로 제작된 기술적인 시도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설득력없는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인물에 대한 감정이 전혀 구축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열되는 섹스신은 그저 눈요기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점에서 <나탈리>는 ‘예술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사랑을 표현하려는 연출 의도’와 ‘정서를 전달하는 3D 기술의 시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