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SF의 고전을 맛볼 절호의 기회
2010-10-27
글 : 장영엽 (편집장)
과천국제SF영화제 국립과천과학관서 10월28일부터 11월7일까지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나 국내에 수입되는 소수의 영화들로 만족해야 했던 SF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SF영화만을 전문으로 상영하는 과천국제SF영화제가 10월28일부터 11월7일까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다. ‘2010과천국제SF영상축제’의 메인 행사로 개최되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클라나드> <에어> 등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영화화로 명성을 얻은 이시하라 다쓰야의 학원물 SF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을 개막작으로 11개국 37편의 SF영화가 상영된다. ‘백 투 베이직’(Back to Basic)이 1회 영화제 프로그램의 기조인 만큼 해외영화제에서 얼마 전 공개된 팔딱팔딱 뛰는 신작이나 마니아적 향취가 물씬 느껴지는 발견의 작품을 기대하는 건 잠시 늦춰야겠다. 오히려 프리츠 랑의 걸작 무성영화 <메트로폴리스>나 올해로 개봉 25주년을 맞이한 <백 투 더 퓨처> <스타트렉> <스타워즈>에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지는 프레드 윌콕스의 <금지된 행성> 같은 ‘검증된 SF’를 다시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할 듯하다.

<백 투 더 퓨처>

이번 영화제에서 ‘백 투 베이직’에 가장 충실한 섹션은 역시 걸작 SF 일곱편을 모은 ‘마스터피스’다. 앞서 언급한 프리츠 랑의 1927년작 <메트로폴리스>는 자본가들의 낙원 같은 지상세계와 노동자들의 지옥 같은 지하세계로 이분화되어 있는 미래도시 이야기다. 빛과 그림자의 음영이 만들어내는 음침함과 미학적으로 빼어나게 설계된 세트는 <메트로폴리스>를 1920년대 표현주의영화의 대표작으로 만들었다. SF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148분의 리마스터링 복원판이며, 히치콕의 <협박>, 발터 루트만의 <베를린 위대한 도시의 교향곡> 등 무성영화 DVD 음악을 작곡, 녹음해온 피아니스트 요아힘 바렌즈가 <메트로폴리스>의 연주를 맡았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원작으로 한 <금지된 행성>과 기본적인 CG와 촬영기법만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우주 대서사극을 만들어낸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그 속편 격인 피터 하이암스의 <2010 우주여행>과 모리모토 고지, 오카무라 덴사이, 오토모 가쓰히로가 참여한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메모리즈> 등이 이 부문 상영작이다.

<더 레이븐>

가장 따끈한 신작을 원한다면 최근 제작된 주목할 만한 저예산 SF영화 3편을 소개하는 ‘SF, 컨템퍼러리’와 14편의 국내외 SF단편을 소개하는 ‘SF 단편퍼레이드’ 섹션이 있다. ‘SF, 컨템퍼러리’에서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1/2>에 오마주를 바친 오시이 마모루의 신작 <철인28 1/2호: 망상의 거인>이 소개된다. 일본과 오사카에서 상연된 연극 <철인28호>의 무대 뒤를 조명하는 이 영화는 카메라맨의 시점에서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이다. ‘SF 단편퍼레이드’에선 초능력자와의 LA 도심 추격전을 다룬 <더 레이븐>과 우주 정류소에 홀로 남은 남자의 백일몽 <데브리스>가 추천작이다. 이 밖에도 구소련 최초의 무성영화 <아엘리타: 로봇들의 반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잠입자> 등 구소련, 러시아의 걸작 SF영화를 상영하는 ‘어메이징 러시안’과 오시이 마모루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1, 2편을 최초로 정식 공개하는 ‘두 전설: 오시이 마모루 vs 안노 히데아키’, 올해 8월23일 타계한 곤 사토시 감독을 추모하는 <파프리카> 특별상영전 등이 마련되어 있다. 영화제 속의 영화제인 ‘국제천체투영관영화제’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름 25m 스크린이 설치된 돔 모양의 천체투영관에서는 투영관 상영을 목적으로 한 9개국 26편의 신작을 소개한다. 이곳에서는 180도로 젖혀지는 특수 좌석에 누워 별과 우주에 대한 영화, 생명의 진화 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www.ISFF.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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