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이영진의 영화 판판판] 영화진흥을 위해 어떤 일을 하셨나요?
2010-11-01
글 : 이영진
문화부,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에게 해임 예정 통보

‘조희문 OUT!’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의 해임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지난 10월27일치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문화부는 10월15일 조 위원장에게 (해임) 처분 예정 통보를 보냈다. <한겨레>는 “11월2일 청문 뒤에 신속히 최종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된” 관계법에 따라 “11월2일 (조 위원장에 대한) 해임 처분 결정이 내려질 것 같다”고 문화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지난 5월부터 영화계 안팎에서 사퇴 압력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로 일관하던 조 위원장에 대해 문화부가 고심 끝에 중도하차 결정을 내린 것이다.

조 위원장의 주요 해임 사유는 독립영화제작지원 사업 심사 개입, 국정감사 파행 초래다. 문화부는 “5월14~15일경 독립영화제작지원 사업 1차 심사 기간 중 프랑스 칸에서 국제전화로 심사위원 총 9명 중 5~7명에게 ‘내부조율’ 등의 언어를 사용하며 <꽃파는 처녀> 등 특정작품을 거론한 것”과 “국정감사장에서의 잘못된 위원장 인사말씀 자료 배포, 국회 요구자료 제출 불철저 등 국정감사 준비 미흡으로 예정된 국정감사 일정을 연기하게 한 것” 등을 문제삼았다. 처분사전통지서에서 문화부는 조 위원장의 위와 같은 행위가 “영진위의 위상 및 대외적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영화진흥정책과 사업의 직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므로 “위원장 직에서 해임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 위원장은 강한 불만의 뜻을 공개적으로 나타냈다. 10월28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조 위원장은 “영진위를 비판하는 단체·국회·언론 등에 부담을 느낀 문화부가 자신을 퇴진시키려는 것 같다”면서 “자신이 좌우가 대립하는 영화계 갈등의 희생양이 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부에 대한 조 위원장의 반감은 10월18일치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더욱 거세다. “문화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내가 낙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영진위는 다시 한번 뒤집어진다. 좌파가 승리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을 지키고자 하는 쪽에서 보면 우파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화부가) 자신를 해임하면 이적(利敵)행위라는 말, 문화부에 대한 경고일까 협박일까.

자리 보전이 어려워진 조 위원장,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다. 색깔론은 둘째치고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실수가 나온다고 하는 게 상식적으로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인데, 결과적으로 생겼습니다… (중략)… 단순히 이게 실수라고 하기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석희의 시선집중>) 10월6일 국정감사에서 과거 국정감사 자료가 배포된 것에 대해 “실무진의 부주의”라고 말했다가 국회에서 혼쭐 난 조 위원장은 지금 위원회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모자라 음해세력으로까지 몰고 있다. 그는 <주간조선>에 “물증은 없지만 누군가 연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궁지에 몰린 조 위원장이 기적처럼 위원장 직을 유지하려면 “누가 나를 모함했다”는 억울함의 호소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차라리 지난 1년 동안 “내가 영진위 위원장으로서 무엇을 해냈다”고 말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만약 내놓을 만한 성과가 없다면 학계로 돌아가 백의종군하라. 그게 영화계를 돕고, 영화인을 돕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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