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영화제가 벌써 4회째를 맞았다. 그러나 영화제의 밑그림을 그려온 씨너스 이수의 주희 이사는 고민이 한도 끝도 없다. 처음에는 하나의 장르로서 일본 영화계의 저변을 단단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핑크영화를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려고 했는데, 영화제로 자리잡을 줄은 그도 몰랐다. 더구나 일본에서 핑크영화제의 제작편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그 와중에 매번 새로운 영화를 발견·소개해온 것은 핑크영화제의 작은 성과라 할 만하다.
올해는 큰 변화가 있었다. 그간 고수해온 ‘오직 여성 관객’ 규칙이 다소 완화됐다. ‘남녀 혼탕’ 섹션에 한해 남성도 영화제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성담론에 있어서 여성에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여성 관객만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예년에 비해 좀더 많은 관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주희 이사가 권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현재 일본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신예 조조 히데오 감독의 작품들, 총 340여편의 핑크영화를 만들어온 핑크영화계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모모토 시로 감독의 <S&M헌터>를 추천한다.”
지속 가능한 영화제가 되기 위해 주희 이사는 최근 일본·독일 합작 핑크영화를 주목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감독이 촬영하고, 이마오카 신지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1회 때부터 생각한 거다. 영화제에서 시나리오를 공모해서 일본 감독과 함께 만들거나 한국 감독이 일본에서 핑크영화를 만드는 합작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그렇게 만든 영화를 다음해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하고. 영화제와 영화인 사이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년에 는 핑크영화제 5주년 기념 영화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