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외신기자클럽] 정부 꼭두각시 노릇 그만!
2010-11-03
글 : 스티븐 크레민 (스크린 인터내셔널 기자)
도쿄국제영화제 온 대만, 중국과 명칭 논쟁하다 개막식 참석 못해
제23회 도쿄국제영화제 개막 풍경. 환경 보호를 부각하기 위해 레드 카펫 대신 그린 카펫을 사용했다.

도쿄영화제가 조그만 논란을 빚으며 시작됐다. 개막식에서 대만의 감독, 프로듀서와 스타들이 그린 카펫을 걷지 못하게 된 것이다. 대만 영화인들은 5년 만에 처음, 6편의 영화가 소개되는 대만영화 특별섹션에 참석차 도쿄에 왔다. 이 행사는 대만 정부가 후원했으며 출품작 절반을 대만 정부가 직접 선정했다.

연회복을 차려입은 대만 영화인이 게스트룸에서 기다리는 동안, 이미 중국과 대만 관료들은 영화제에서 대만을 어떻게 명명할 것인가를 놓고 열띤 설전을 벌였다. 한 중국 관료가 대만 관료들에게 “당신네 영화를 중국 본토에서 팔고 싶지 않은가? 당신들은 다 중국 사람 아닌가?”라고 윽박지른 것으로 보도됐다.

틀린 말은 아니다. 중국은 그 풍족한 영화시장을 대만 영화계에 열고 있다. 해적판 DVD를 파는 베이징 가게에 밀려드는 다양한 대만영화를 보건대 중국 관객이 대만영화에 관심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대부분의 대만 영화감독들은 타협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중국 영화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중국식으로 사업해야 한다. 영화제에 참가하지 않은 대만 프로듀서 후앙리밍은 “우리 대만 사람들은 20년 전에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났다. 창조적이기 위해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면 우리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한 영화지에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지난 15년간 그녀가 제작한 모든 영화는 정부 지원금을 받았으며 대개 정부 기관과 공동 제작됐다. 대만 영화계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창조적으로 자유로운 것과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것은 모순된 일이 아니다. 이 프로듀서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중국처럼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시나리오를 정부에 제출하고 정부가 지명한 학계, 언론계 인사와 프로듀서들의 판단을 받기를 선택해왔다.

공식 대만 방문단의 일부인 대만 스타들이 혼란스러워하며 게스트룸에서 기다리는 동안, 대만 스타 실비아 창은 영화제 경쟁작인 중국영화 <관음산>의 다른 배우, 스탭과 함께 그린 카펫을 걷고 있었다. <관음산>은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영된 <물고기와 코끼리>와 베를린영화제 경쟁작이었던 <로스트 인 베이징>을 만들었던 리유가 감독한 영화다. 도쿄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 이 영화는 은퇴한 오페라 가수와 그녀의 아들이 죽은 뒤 그녀의 집에 세들어 살게 된 세명의 20대 젊은이와의 관계에 대한 영화다. 이 영화는 내가 올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놀라운 영화 중 하나다. 더욱이 이 영화는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 영화는 중국영화라도 그 어떤 주제건 다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다이내믹하고 마음에 와닿으며 시적이다. 다른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필요를 탐구하면서 다양한 감정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보여준다.

올해 중국에서는 2009년의 453편에서 조금 더 증가한 500편의 합법적 영화가 만들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의 아홉달 동안 중국영화의 자국영화시장 점유율은 50.7%에 이른다. 외국영화의 중국시장 점유율 중 <아바타>가 차지하는 비율이 35%임을 감안하면 중국영화가 자국영화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5년에 이르면 중국시장은 매해 박스오피스 수익이 6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 될 것이다.

대만 대표단은 게스트룸에서 기다리다 결국 그린 카펫을 밟지 못했다. 기다리라고 했던 영화제 스탭이 갑자기 그들에게 모든 행사가 이미 끝났음을 알렸던 것이다. 그들이 자국 정부 관료들의 허락을 기다리기만 한다면 아마 세계 영화역사에서도 홀로 뒤처질 것이다.

번역 이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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