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델리] 아누라그 바수 감독님 힘내세요
2010-11-03
글 : 신민하 (델리 통신원)
신작 <침묵> 여주인공 잇단 교체, 프리양카 초프라로 최종 결정날 듯
<침묵>의 여주인공으로 거명된 2000년 미스 월드 출신의 프리앙카 초프라.

일곱 번째 장편영화 <연>을 들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아누라그 바수 감독이 신작 <침묵>으로, 촬영 전부터 끊임없는 잡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여주인공 캐스팅이 잡음의 근원. 애초 카트리나 카이프가 맡기로 했던 주인공 역할이 아신 토툼칼, 디피카 파두코네를 거쳐 2000년 미스 월드 출신의 프리양카 초프라에 이르면서 또 누구로 바뀔지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는 기이한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여주인공 교체의 배경에는 개런티, 잦은 시나리오 변경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변이 없는 한 란비르 카푸르와 프리양카 초프라가 귀머거리에 벙어리인 남자와 심리적 장애가 있는 여자 주인공을 맡아 조만간 촬영에 들어갈 이 영화는 주인공 남자를 염두에 두고 <침묵>이라는 제목을 달았다고 한다. <침묵>의 준비과정에서 생겨난 잡음은 어떤 면에서 감독이 처한 상황과 연결돼 있는 느낌이다. 전작 <연>의 참패 이후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감독이 자신의 장기인 어두운 소재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좀더 나은 것을 찾다보니 생겨난 고민의 흔적 같은.

올해 5월 개봉한 <연>은 발리우드 역사상 개봉 당일 최고 관객 동원 기록을 달성함과 동시에 해외 60개국 개봉과 US 톱10에 진입한 최초의 발리우드영화라는 점까지 부각되며 성공을 예감했었다. 하지만 참패했다. 발리우드 4대 천왕 중 한명인 리틱 로샨도 관객의 기대를 이어가기에 역부족이었다. 바수 감독이 신나는 춤과 노래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일종의 실망감을 느꼈다는 인터뷰 내용은 참패의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한다. 총 7편의 연출작 중 비평과 상업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세편의 영화 <살인>(2004), <갱스터>(2006), <지하철 인생>(2007)의 제목들을 봐도 그의 영화적 장기가 쉽게 짐작이 간다. 특히 그의 첫 번째 히트작인 <살인>은 인도 영화계에서는 평범하지 않은 소재인 간통과 섹스신 등으로 인도검열국에서 최고 수위의 A등급을 받았지만 성인 등급을 받은 영화 중 비평과 상업적 측면에서 동시에 성공한 최고의 영화로 남아 있다.

2004년 이후 성공한 어두운 소재의 영화들은 바수 감독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었는지도 모른다. 바수 감독은 지난 2004년 <너 같은 사람 본 적 없어>의 촬영이 중반에 이르렀을 때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병원치료가 불가피했고 담당의사는 두달 정도 살 것이라고 선고했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구술을 녹음하고 재생하는 기계인 딕터폰을 이용해 카메라 앵글과 시나리오를 지시하며 영화를 완성했다. 이후 현재까지 화학요법과 약물치료를 이어오고 있다. 어느 때보다 창작욕이 넘치는 바수 감독의 신작 <침묵>이 2005년 <블랙> 이후 장애인영화로 발리우드에 새바람을 일으킨다면 이번에는 또 어떤 잡음이 들릴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실패라고 하지만 <연>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아누라그 바수 감독 인터뷰
*인도 영화잡지 <필름페어>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임.

-인도에서는 영화 <연>을 두고 부정적인 반응들이 많았다. 어떤 기분이었나.
=주변 사람들이 영화가 극단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좋은 반응과 나쁜 반응, 두 가지 모두를 기대했다. 특히 인도에서 그런 반응을 보고 싶었고. <연>이 실패했다고들 하지만 <연>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사실만으로도 실패한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기대에 좀더 부응할 수 있지 않았나.
=나는 영화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이 될까봐 제일 두려웠다. 인도 관객은 좀더 에로틱하고 많은 춤장면을 원했던 것 같다. 그런 기대가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다. 한편 스페인계 여배우가 등장하면서 자막 읽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인도 관객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신경써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당신의 시나리오는 대부분 좋은 평을 받는데 요즘은 스타급 배우들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이야기가 거대 자본을 필요로 한다면 새 얼굴의 배우를 쓰는 것은 분명 위험하다. 하지만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신인 배우는 좋은 재료라고 생각한다. <침묵> 촬영 전에 그런 작은 영화를 준비 중이다. 키쇼르 쿠마르라는 인도영화계의 전설적 배우이자 가수를 그릴 예정이다.

-<침묵>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달라.
=그간 직접 썼던 짧은 이야기들로부터 골고루 영감을 받은 영화다. 장애가 있는 남녀주인공의 일주일 동안의 이야기다. 사랑이 핵심 주제이지만 여러 장르의 요소들이 골고루 녹아들어간 영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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