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5명의 타인. 노년의 부인(제니 오하라), 임시직으로 들어온 경비원(보킴 우드바인), 젊은 여인(보자나 노바코빅), 정체 모를 말 없는 남자(로갠 마셜-그린), 말 많은 세일즈맨(제프리 아렌드)이 주인공이다. 그들이 탄 엘리베이터가 거대한 빌딩 중간에서 갑자기 멈추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다. 경비실 직원들은 CCTV로 상황을 확인한 뒤 승객에게 안정을 요구하지만 겁에 질린 승객 사이에서는 점점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이상하게도 엘리베이터는 고쳐지지 않고 정전될 때마다 희생자는 늘어난다. 좁은 공간에 갇혀 이성을 잃어가는 이 다섯명 사이에 사람이 아닌 뭔가가 더 있는 것 같다. CCTV를 보던 경비원은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발견하고 지금 이 사태가 어릴 적 어머니에게 들었던 악마의 소행이라며 치를 떤다. 일은 크게 번지고 경찰이 찾아오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데블>은 <식스 센스> <싸인> 등을 연출한 M. 나이트 샤말란이 스토리를 제공하고 프로듀싱을 맡았다. 영화에선 샤말란의 터치가 느껴진다. 그의 영화에서 힘을 발휘하는 요인이 대부분 반복된다. 다른 날과 다름없는 평온한 날 어느 한 지역 혹은 한 장소에서만 일어나는 초자연적인 사건,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시작되지만 알고 보면 절체절명의 소용돌이, 인간의 선악 문제, 주위를 맴돌며 분위기를 장악하지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괴존재. 히치콕의 몇몇 영화에서 빌려와 변주한 아이디어는 신선하진 않아도 재미있고 갑자기 놀라게 하는 재주도 그럴듯하다. 반면 샤말란의 어떤 졸작과 마찬가지로 속임수나 깜짝쇼의 힘만 믿고 쉽게 가려는 건 흠이다. 일명 ‘나이트 크로니클’ 3부작 시리즈의 첫 번째라고 하니 예정대로라면 앞으로 두번 더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