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외계인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다는 믿음 <테라 3D: 인류 최후의 전쟁>
2010-11-03
글 : 강병진

새로운 신이 나타났다. 외계인들은 태양을 가린 정체 모를 우주선을 영접한다. 명석한 두뇌와 모험심을 가진 외계인 말라(에반 레이첼 우드)는 신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하늘로 올라간다. 하지만 그때 우주선에서 발사된 전투기들은 말라의 아버지를 비롯해 수많은 외계인을 납치해간다. 말라는 전투기 한대를 유인해 추락시킨다. 지상에 떨어진 전투기 속에서 나타난 종족은 지구인 스탠튼 중위(루크 윌슨)다. 인류는 개발의 욕망으로 지구를 파멸시킨 뒤, 금성과 화성마저 멸망시키고 새로운 행성을 찾다가 이곳에 온 것이다. 스탠튼의 목숨을 구해준 말라는 그에게 아버지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스탠튼은 말라에게 우정을 느끼지만, 탐욕스러운 인간은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익숙한 이야기다. <아바타>가 개봉할 당시 언급된 영화들, <늑대와 춤을> <포카혼타스> 등의 작품을 <테라 3D: 인류 최후의 전쟁>(이하 <테라 3D>)을 볼 때도 떠올릴 수 있다. 영화는 미래의 인류가 식민지화의 욕망을 멈추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그들과 대항하는 외계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수많은 비슷한 영화와 소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야기의 주체를 외계인에 놓았을 뿐만 아니라, 인간을 침략의 야욕으로 똘똘 뭉친 절대악으로 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테라 3D> 속의 인간은 스스로를 무너뜨린 탓에 다시 생존 투쟁을 해야만 하는 존재다. <테라 3D>는 이들의 전쟁을 서로가 한 발짝 물러선 태도로 마무리시키며, 외계인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다는 믿음을 드러낸다. 드림웍스나 픽사의 작품만큼 풍부한 색감과 정교한 움직임을 가진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환경문제를 각성시키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교육용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모자람이 없다. <테라 3D>는 지난 2007년, 2D를 기반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3D로 컨버팅한 작품이다. 신비의 행성 테라의 평화를 묘사하는 전반부의 풍경과 공중 비행신은 3D 효과가 배가될 법하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