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테라: 인류 최후의 전쟁>은 언뜻 제목만 들으면 게임 같아요.
A. ‘테라’라는 제목의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이 있기는 해요. 하지만 그건 ‘TERA’고 <테라: 인류 최후의 전쟁>(이하 <테라>)의 테라는 ‘TERRA'입니다. 라틴어로 지구를 뜻하는 단어지요. 원제는 ‘Battle for Terra’. 아리스토미니스 처바스 감독이 연출해 2007년 8월, 토론토영화제에서 첫 공개됐고, 2009년 5월 미국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입니다. 평화로운 외계행성에 살던 외계인이 주인공이에요. 어느 날 지구에서 날아온 우주선이 이 행성을 침공하면서 벌어지는 전쟁을 담고 있습니다. 원래는 2D애니메이션이었으나 나중에 렌더링을 통해 3D로 제작됐지요.
Q2. <테라>의 국내 카피는 “<아바타> 이전에 <테라>가 있었다”예요. <아바타>가 <테라>의 일부분을 표절했다는 소문을 언급하는 카피겠죠? 정말 베낀 거예요?
A. 모르겠습니다. <아바타>가 베꼈다는 영화가 어디 한둘이어야지요. 많은 관객은 <아바타>가 <파이널 환타지> <늑대와 춤을> <포카혼타스> <작은 거인> 등과 비슷하다고 했어요. SF작가 폴 앤더슨의 1957년작 <콜 미 조>와도 무척 비슷해요. 즉, ‘나’와 ‘다른 종족’간의 대결, 융화를 그리는 작품들을 가지고 <아바타>에 걸면 걸리는 거예요. 제이슨 마우러, 마크 F. 애들러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 <델고>(2008)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컷 바이 컷으로 똑같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위의 사진들을 보세요. 판도라 행성의 풍경, 이크란의 생김새까지 흡사하지요? 제임스 카메론은 자신의 영화들이 “어렸을 때부터 읽었던 SF소설들에서 비롯됐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원래 이야기를 구성하는 면에서 크리에이티브한 감독은 아니라는 걸 아시잖아요.
Q3. 그래도 <아바타>를 이야기할 때 <테라>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비슷하나요?
A. 일단 외계인과 인간의 대결을 그린다는 점입니다. 인간이 개발 욕망으로 지구를 멸망시킨 뒤 다른 행성을 침략하려 하는 상황도 같죠. 또한 그 안에서 외계인과 인간이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도우며 우정을 키워 인간이 외계인을 위해 싸운다는 것도요. 하지만 <테라>에는 외계인과 인간의 사랑은 없습니다. <아바타>의 제이크와 네이트리는 서로 같은 외모를 가질 수 있었지만, <테라>의 외계인은 올챙이에서 본뜬 듯한 외형을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두 영화는 결론이 다릅니다. <아바타>는 인간과 외계인의 전쟁으로 끝을 내지만, <테라>는 외계인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강조하지요.
Q4. 혹시 <테라>가 다른 작품을 베낀 건 아닐까요?
A. 제임스 카메론과 <테라>의 감독인 아리스토미니스 처바스가 같은 경험을 공유했다고 볼 수 있겠죠. 처바스는 어린 시절 읽었던 H. G. 웰스의 <우주전쟁>에서 <테라>의 영감을 얻었다고 했어요. 그는 소설 속 외계인이 인간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 흥미로웠답니다. “무력으로 몰아붙이는 침략, 폭력적인 식민지화, 이게 인간이랑 다를 게 뭔가? 나는 외계인에 대한 인간의 반응보다 외계인의 동기가 궁금했다.” <테라>가 외계인을 주인공으로 삼고선 그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는 이유일 겁니다. 그러니 <테라>의 한국판 부제인 ‘인류 최후의 전쟁’은 좀 엇나간 것 같아요. 이건 철저히 인간의 시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