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스콧의 눈길은 여전히 철로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2009년 스콧은 존 트래볼타를 지하철 납치범으로, 덴젤 워싱턴을 그에 맞서는 배차원으로 출연시킨 <서브웨이 하이재킹: 펠햄 123>을 만들었다. 이번엔 기차다. <언스토퍼블>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무인 기관차의 폭주극이다. 정비공의 실수로 사람없이 철로 위를 달리게 된 화물열차 777호는 가속이 붙어 시속 160km 속도로 펜실베이니아 도심을 질주한다. 유독성 화물을 잔뜩 실은 이 열차가 폭발하면 미사일급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은 각기 다른 상황에서 열차를 멈추기 위해 애를 쓴다. 기관차가 출발한 장소의 조차장 직원 코니(로자리오 도슨), 그리고 같은 시간 우연히 777호와 같은 선로를 달리고 있던 고참 기관사 프랭크(덴젤 워싱턴)와 신참 승무원 윌(크리스 파인)은 이 예기치 않은 폭주 기관차 사고에 깊게 관여한다.
덴젤 워싱턴과 크리스 파인을 투톱으로 내세웠지만, <언스토퍼블>은 의외로 열차 사고가 수습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한다. 사고를 매뉴얼대로 해결하려는 열차 회사 임원들의 결정은 더 큰 피해를 유발하고, 이를 해결하는 건 회사가 해고한 고참 기관사와 기차 용접공, 열차 안전 관리원과 조차장 직원이다. 이 ‘블루칼라’ 집단의 앙상블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다. 덴젤 워싱턴과 크리스 파인의 조합은 폭주하는 기차 위를 맨몸으로 달리는 액션신에서 빛을 발한다. 현란한 교차편집과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템포 조절에 솜씨가 있는 토니 스콧의 장기는 여전하지만 이것만큼은 염두에 둬야겠다. 천천히 달리다 160km로 폭주하고, 영화의 말미에 60km로 달리다 멈추는 777호 열차의 속도가 바로 <언스토퍼블>의 속도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