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씨네스코프] 훨씬 거시기 하죠~잉
2010-11-16
글 : 이영진
사진 : 최성열
이준익 감독의 신작 <평양성> 막바지 촬영현장



나당연합군 총사령관 이적 역할을 맡은 이대연. ‘김유신과 신라군을 모조리 체포하라’고 호통을 칠 줄 알았는데, 그의 커다란 입이 토해낸 건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 없는 중국어였다. 촬영 시작 전 ‘이북 사투리’로 농담을 나누는 고구려 장수 무리에 섞이지 않고 한편에서 무엇을 열심히 외운다 싶었는데 그게 바로 중국어 대사였다.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은 <황산벌>의 속편 격으로, 나당연합군이 “700년 동안 단 한번도 함락된 적 없는” 평양성을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삼았다. 15억원을 들여 만든 평양성 세트의 웅장함에 눈이 쏠렸다면, 귀를 자극한 건 배우들의 ‘다국적’ 대사였다. 전편에서 익히 맛봤던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 위에 함경도, 평안도 사투리가 더해지고, 게다가 중국어까지 쏟아져나오니 말이다.

고구려 연개소문의 첫째 아들인 현실주의자 남생 역의 윤제문(오른쪽)은 "오늘은 스스로 주장했던 원칙이 흔들리게 되는 중요한 장면"이라며 말을 아꼈다.
형 남생과 달리 나당연합군과 결전을 마다하지 않는 남건 역의 류승룡(오른쪽)이 이준익 감독과 촬영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물론 <평양성>이 사투리 전쟁만은 아닌 듯하다. 평양성을 홀로 지키다 고립당하는 남건(류승룡)을 지켜보면서 김유신 역할의 정진영이 슬쩍 귀띔한다. “<황산벌>이랑 똑같이 가면 재미없잖아. <평양성>의 김유신은 치매도 좀 있고, 게다가 풍도 맞았어.” <평양성>은 전작 <황산벌>의 장점을 극대화한 영화다. 전작에서 “전쟁은 윗대가리들의 웃기는 땅따먹기 놀음”임을 몸으로 증명해 보였던 거시기(이문식)도 물론 등장한다. 이준익 감독은 “간신히 살아남은 백제군 거시기가 신라군으로 참전했다 고구려군의 포로가 되고, 원치 않게 다시 고구려군의 영웅이 되는 과정 자체가 코미디”라고 설명한다. <황산벌>에 이어 이번에도 촬영현장에 나타나면 각종 사고와 질병을 몰고 와 이준익 감독의 눈총을 여러 번 샀다는 거시기 역의 이문식. 이번엔 갑순(선우선)과 로맨스도 있다던데 했더니만 “갑순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로 결혼한 것이라 거시기를 남자로도 안 본다”고 웃는다. 막바지 촬영에 들어선 <평양성>은 내년 1월27일 개봉예정. 윤제문, 신정근, 김강일 등 각 나라 장수로 등장하는 쟁쟁한 배우들의 입담도 ‘역사상 가장 웃기는 전쟁’을 풍성하게 만들 분명한 요소다.

정정훈 촬영감독은 대규모 군중장면을 효율적으로 찍기 위해 방향 조절이 자유로운 스콜피오 헤드 위에 카메라를 얹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남북녀로 만난 거시기(왼쪽)와 갑순. 티저 포스터 촬영을 위해 웃고 있지만 영화 속 분위기는 딴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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