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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스 카야] 한국어는 기본, 이제 목표는 배우
2010-11-17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초능력자>에서 ‘알’로 출연하는 에네스 카야

한국에서의 8년. 에네스 카야의 싸이월드 홈페이지에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초능력자>에서 한국인도 놀랄 만한 한국어 실력을 뽐낸 그는 충청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하는 아부다드와 함께 규남(고수)의 친구로 등장한다. 초인(강동원)과 대결을 펼치는 규남에게 힘을 실어주는 역할. 영화를 보고 나면 터키 사람이라는 에네스 카야의 정체가 무척 궁금해진다. 수염을 깎고, 검댕을 지우고, 작업복을 벗고 까만 양복으로 멋을 내니 그는 미남이었다. <느낌표> <미남들의 수다>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본격적인 연기는 <초능력자>가 처음이다. 통역사라는 독특한 이력도 그를 수식한다. 터키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안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에네스 카야를 만났다.

-영화에서처럼 한국어를 정말 잘한다.
=다른 외국인과 비교하면 잘하는 것 같은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

-2002년에 한국에 왔다. 어떤 연유로 한국에 왔나.
=터키에서 수능시험 보고 결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외국 가서 공부하는 건 어떻겠냐고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일하던 아버지 후배분을 만났는데 한국에 대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 다음주에 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한양대학교를 졸업했다.
=2004년에 한양대학교에 입학해서 4년 만에 졸업했다. 전공은 정보기술경영. 장학생으로 열심히 다녔다.

-축구팀 FC 서울의 귀네슈 감독의 통역으로도 일했다.
=대학 졸업하고 8개월간 한국 건설회사에서 일했다. 중국 대학원에 다녀볼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귀네슈 감독 통역할 사람을 새로 구하더라. 귀네슈 감독 통역했던 터키 선배가 나를 추천했다. 그래서 지난해 1년 동안 통역으로 일했다.

-한국의 방송·영화계엔 어떻게 처음 발을 디디게 됐나.
=한국에 먼저 온 터키 선배들 보면서 나도 한국어 잘했으면, TV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델 일 잠시 했을 때 만난 미국 친구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국어 잘하는 외국인이 필요하다고 해서 오디션 보러 가서 다음날 바로 <느낌표> 촬영 들어갔고, <느낌표> 통해서 <미남들의 수다>에 출연하게 됐다. <미남들의 수다> 출연한 뒤로 여기저기서 연락도 많이 받았고.

-연기는 <초능력자>가 처음인가.
=처음이다. 올해 초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소속됐을 때 3~4개월 정도 연기 수업을 받았다.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강동원, 고수와 함께 찍은 사진도 올렸더라.
=캐스팅되고 대본 리딩하던 날 처음으로 강동원, 고수 형을 만났다. 영화가 처음이라 감독이든 배우든 가까이하기 힘들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리딩 끝나고 고수 형이 안아주면서 ‘같이 영화 찍을 건데 우리 등산도 가고 친해지자’ 그래서 깜짝 놀랐다. 고수 형이 내게 먼저 다가와줬고 참 잘 챙겨줬다.

-당신도 무척 미남이다. 얼굴에선 어디가 자신있나.
=눈 색깔. 아침에 일어날 땐 초록색인데, 시간이 지나면 좀 진해진다. 그런데 사람들은 눈보다 코를 더 신기해한다. 대학 다니면서 한국 학생들한테 영어도 가르치고 터키어도 가르쳤는데, 학생들이 ‘코 진짜 높다. 만져도 돼요?’ 그러면서 줄 서서 내 코 만지고 그랬다.

-히딩크 감독이 현재 터키 대표팀을 맡고 있다. 내년 2월에 터키랑 한국 축구대표팀이 친선 평가전을 갖는데, 어느 팀을 응원할 건가.
=그게 진짜 힘들다. 귀네슈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 트라브존에서 한국-터키 평가전을 한다던데, 시간이 나면 꼭 가서 보려고 한다. 한국축구협회에 얘기해서 필요하다면 한국 대표팀 통역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통역으로 한국팀 벤치에 앉아 있으면 터키 사람들한테 욕먹을 것 같다. 마음속으로는 아마 터키를 응원하지 않을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잖나.

-한국에 이렇게 오랫동안 머물게 될 줄 알았나.
=전혀. 그런데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비행기 문이 열리자마자 한국의 독특한 향을 맡았다. 공항에서 택시 타고 서울로 들어오는데, 택시 기사분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다. 형제의 나라에서 왔다고 하니까 터키 사람이라는 걸 바로 아시더라. 그러면서 음료수도 주고 빵도 주고 껌도 줬다. 감동 받았다. 물론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고생도 많이 했다. 턱도 부러지고, 노트북도 잃어버리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은 한국에서 터키 사람으로 산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꿈은 뭔가.
=기회만 된다면 연기를 잘할 자신이 있다. 배우로서 한국에서 계속 생활하고 싶다. 이름을 알려야겠다는 게 아니라, 터키와 한국의 인연을 내가 더 끈끈하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러면 나도 행복할 것 같다. 한국의 젊은 사람들은 터키가 형제의 나라라는 걸 잘 모르더라. 내가 형제의 나라에서 왔다고 하면 북한에서 왔냐고도 한다. 지금까지 터키문화원 등에서 터키어나 터키 문화를 종종 가르쳤는데, 앞으로도 한국과 터키의 인연을 알리는 일을 많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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