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밴드를 통한 소년의 좌충우돌 성장기 <벡>
2010-11-17
글 : 장영엽 (편집장)

바우와우를 닮은 개의 이름이 이렇게 거대한 ‘물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벡>은 일본에서 1500만부가 팔린 해롤드 사쿠이시의 인기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고등학생 코유키(사토 다케루)가 뉴욕 출신 천재 기타리스트 류스케(미즈시마 히로)를 만나고, 류스케의 강아지 이름을 물려받은 밴드 ‘벡’에 합류하는 것이 기본 줄거리다. 영화는 원작의 초반부 내용, 즉 코유키가 류스케와 더불어 불같은 성격의 래퍼 보컬 치바(기리타니 겐타)와 차분하고 실력있는 베이시스트 타이라(무카이 오사무), 유일한 학교 친구이자 드러머 사쿠(나카무라 아오이)와 밴드를 꾸리고 일본 최대 록 페스티벌인 그레이트풀 사운드에 진출하기까지 겪는 온갖 우여곡절을 다룬다.

이미 우라사와 나오키의 대작 <20세기 소년>을 3부작 영화로 만든 경험이 있는 쓰쓰미 유키히코 감독은 팬들의 우려를 다독이려는 듯 원작 만화의 디테일을 섬세하게 살려냈다. 원작의 팬이라면 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등장인물과 무대의 충실한 재현에 만족할 것이다. 특히 일본 최대의 록 페스티벌인 후지 록 페스티벌의 실제 스테이지에서 1500여명의 엑스트라와 함께 촬영한 그레이트풀사운드 연주 장면의 위용은 굉장하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이야기는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별다른 연결고리 없이 재빨리 다음 에피소드로 도약하며, 원작의 클라이맥스인 ‘천상의 목소리’ 코유키의 노래 장면은 배우의 목소리를 무음으로 처리한 채 그를 지켜보는 관객의 경이로운 표정만으로 채워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보다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던 극중 류스케의 가르침은 영화 <벡>이 이뤄내지 못한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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