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당하기만 하는 '찌질이'들이 초능력을 얻게된 뒤의 이야기 <히어로>
2010-11-17
글 : 이영진

같은 반 철승 무리에게 구타를 당하며 학교에서 겁쟁이로 불리는 단(김형규)은 하루아침에 슈퍼 히어로가 된다. 눈 깜짝할 사이 초능력을 발휘해 시각장애인을 지하철에서 구해낸 것이다. 며칠 전 뱀파이어에게 물린 뒤 비상한 능력을 지니게 됐음을 알게 된 단은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미아(이다인)를 괴롭히는 철승을 엄청난 완력으로 손쉽게 제압한다. 얼마 뒤 교생으로 변신한 유리(한예원)가 학교를 찾아와 단에게 흡혈귀로서의 생활을 일러주지만 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편 단의 단짝친구 은석(한정우) 또한 뱀파이어의 초능력을 얻게 되고, 자신의 청을 들어주지 않은 단과 미아를 공격한다.

<히어로>는 당하기만 하는 ‘찌질이’들이 초능력을 얻게 된 뒤 선과 악, 두편으로 나뉘어 싸운다는 줄거리의 영화다. 단순한 대립 구도를 메울 볼거리가 풍성한 장면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고속촬영의 남발과 효과음의 연속만으로 뱀파이어가 뿜어내는 기운을 묘사하기란 역부족이다. 물론 몇몇 장면들은 흥미롭다. “얘, 피 모자라거든요!” “우리도 피 모자라요.” 단을 사이에 두고 뱀파이어 유리와 헌혈 자원봉사자들이 아옹다옹 승강이를 벌이는 장면 등 몇몇 대목은 웃음을 안겨주려는 목적에 충실히 부합한다. 하지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뱀파이어들의 전사(前史)에서 로맨스를 끌어내려는 설정은 무리한 시도에 가깝다. 뱀파이어들이 벌이는 대단원의 결투 또한 맥이 빠지는 건 마찬가지다. 가수 출신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눈길을 끌지도 모르겠다. <슈가> 멤버로 활동하다 연기자로 변신한 한예원의 뱀파이어 연기는 합격점. 반면 뱀파이어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려는 교사 역할의 손호영은 제 몫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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