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제목은 재현된 실체에 비해 너무 거창하다. 아마도 ‘나의 찌질함에는 이유가 있다’ 정도가 더 어울릴 듯싶다. 감독은 어떤 허세나 꾸밈도 들어설 틈 없이 찌질하기 그지없는 20대 청년의 이틀을 쫓는다. 동거하던 여자친구에게 쫓겨난 제기(배제기)는 홧김에 일하던 옷가게에서 돈을 훔쳐 달아난다. 몇년 전 그가 친구들에게 소개한 다단계 때문에 찾아갈 친구도 없고, 어머니는 전화번호도 바꾸고 이사간 지 오래다. 빈 상자를 깔고 건물 복도에서 잠이 드는 그의 삶은 갑갑하고 출구가 없어 보인다. 막다른 골목에 부딪힌 20대 청춘의 초상을 이 영화보다 더 사실적으로 다룬 영화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제기는 옷가게에서 55만원을 훔쳤지만 주인은 88만원을 요구한다. 친구가 윽박지르며 갚아준 차액 33만원을 구하러 다니는 것이 이 영화 후반부의 주요 서사다. 감독은 일부러 ‘88만원’이라는 20대의 상징적 키워드를 삽입함으로써 이것이 제기라는 특수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20대의 보편적 초상으로 확장되기를 의도한 것처럼 보인다. 20대에 의한 20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영화의 인물들의 대사나 행동 혹은 상황의 디테일은 어느 정도 흡입력이 있다. 그러나 보편성을 획득하지도 제목이 선언처럼 밝히고 있는 불행의 이유를 설득력있게 풀어내지도 못한다. 인물만으로 버티기엔 캐릭터의 울림이 너무 약하고, 이 사회에 대한 의미있는 발언을 담아내기에는 시선의 폭과 깊이가 너무 협소해 보인다. 무엇이 이 시대의 청춘을 근원적으로 찌질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고찰이 더 필요한 영화다.